78년 만에 발견된 헬레니즘의 흔적

한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및 앙카라대학교와 손잡고 퀼테페 유적지에서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323~30년)의 모자이크 유구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1948년 발굴이 시작된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된 성과다. 피크리 쿨라코울루 앙카라대 교수는 지난 2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연구진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아나톨리아 카이세리 인근에 위치한 퀼테페는 고대 도시 유적으로, 히타이트 제국 이전 카네시(네샤) 왕국의 수도이자 아시리아 상인들의 주요 교역 거점이었다. 특히 약 4,000년 전 상인들의 일상과 거래 내역이 담긴 2만 3,500여 점의 설형문자 점토판이 발견되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정밀한 디지털 기술이 이끌어낸 공동 발굴

양국은 지난 2024년 4월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퀼테페 공동 발굴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5일 동안 현지 조사를 수행했으며, 상부도시 와르샤마 궁전 동쪽 구역을 조사하던 중 헬레니즘 시대의 건축 흔적을 포착했다. 이번에 발견된 모자이크 유구는 동서 163㎝, 남북 165㎝ 규모의 모서리 부분이 확인되었으며, 실제 원래 크기는 이보다 더 넓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동기 시대 유물에 집중되었던 퀼테페에서 헬레니즘 시대의 생활 양식까지 밝혀진 것은 큰 진전이다. 기원전 300년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돌과 흙으로 기초를 다진 뒤 작은 강자갈을 깔아 바닥을 만들었다. 중앙 아나톨리아에서 모자이크가 발견되는 사례는 매우 희귀하며, 이는 해당 장소가 전문 장인의 기술이 투입된 중요한 공간이었음을 시사한다.

다국적 협력과 체계적인 조사 방식

조사 구역에서는 최소 3개의 건물 흔적이 함께 나타났으며, 4개 층에 걸쳐 겹쳐진 생활 흔적을 통해 거주민들이 공간을 개조하며 사용해온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쿨라코울루 교수는 이번 발견이 거대 도시의 존재를 증명함과 동시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퀼테페 발굴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5개국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팀은 지난해 합류한 이후 단 두 차례의 조사만으로 이번 성과를 냈다. 이들은 3차원 측량 기술을 동원해 유적과 유물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도면을 제작한다. 또한 고환경 및 보존 전문가들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모자이크 재료와 동물 뼈 등을 정밀 분석한다. 쿨라코울루 교수는 사전 탐사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된 점과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낸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만 점의 토기를 디지털로 기록함으로써 오차를 줄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세계 고대 문명 조사로의 확장

2000년부터 국외 발굴을 본격화한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그동안 러시아 발해 유적과 몽골, 중앙아시아의 고분 및 불교사원 등을 조사하며 한국 고대문화의 기원과 전파를 연구해왔다. 박윤정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고고연구실장은 이번 협력을 두고 한국 고대사 조사를 넘어 세계 고대 문명과의 공동 조사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라고 정의했다. 뷜렌트 괴뉠타쉬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부총국장 역시 한국의 디지털 복원 역량과 튀르키예의 연구 성과가 결합되어 양국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길 기대했다.

튀르키예는 2014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퀼테페의 정식 등재를 위해 내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양국은 내년 5월부터 7월까지 3차 발굴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며,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내년 8월에서 10월 사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번 조사 성과와 고대 아나톨리아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