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핵심 열쇠, CCU 기술
지하에 매립해야 할 골칫덩이로만 취급되던 이산화탄소가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항공유나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이 상용화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은 발전소나 산업 현장에서 배출된 탄소를 잡아내어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기존의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가두는 데 집중한다면, CCU는 이를 연료나 화학제품, 건축자재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CCS가 대기 중 배출을 막는 효과는 있으나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저장 공간 문제, 안전성 우려를 안고 있는 반면, CCU는 화석자원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전환 과정에서 투입되는 에너지와 최종 제품의 탄소 배출량까지 정밀하게 따져봐야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해당 기술이 배출원에서 직접 탄소량을 줄이는 기술적 보루로서 탄소중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탄소포집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CCU 기술 전반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약 8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준비 중인 실증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2030년경에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와 항공유 시장의 급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는 항공유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비중을 6%로, 2050년에는 70%까지 확대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청정수소를 결합해 만드는 합성항공유(e-Fuel)의 비중 역시 2030년 1.2%에서 2050년 35%로 대폭 상향될 예정이다. 이는 석유 수입 없이도 산업 폐가스를 활용해 연료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막대한 가치를 지닌다.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장은 글로벌 CCU 흐름이 항공유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짐에 따라, 국내에서 직접 생산 가능한 연료로서 이산화탄소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 1월 인투코어테크놀로지와 협력하여 매립지 가스를 통해 하루 100kg의 SAF를 생산하는 통합공정 실증에 성공했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에서 나오는 가스를 항공유로 전환한 국내 첫 사례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채널 반응기'를 개발해 반응 열을 빠르게 제어함으로써 설비 부피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대구 달성군 매립지 시설에서 75% 이상의 높은 액체연료 선택도를 기록했다.
1000억 투입되는 전기화 기반 차세대 기술
미래 CCU 기술의 성패는 '전기화'에 달려 있다. 기존 화학공정은 고온·고압 유지를 위해 화석연료를 쓰지만, 전기화 CCU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활용해 탄소를 전환하거나 전기로 만든 청정수소를 반응시킨다. 박 본부장은 이를 두고 재생에너지를 액체연료나 화학제품 형태로 저장하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자원화 전략연구단'은 2025년부터 5년간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전기화 기반 차세대 CCU 기술 확보에 나선다. 목표는 포집부터 전기 기반 전환, 액체연료 합성까지 하나로 잇는 모듈형 통합공정 개발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각각 50% 이상 절감하고, 연간 35톤 규모의 합성항공유 생산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항공유의 10%, 페트(PET) 원료의 20%를 탄소중립 제품으로 대체하는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지난해 여수에 준공된 실증지원센터에 이어 2027년에는 대전에 전기화 공정 테스트베드가 구축될 예정이다. 다만 경제성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다. 제조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청정수소를 얼마나 저렴하게 확보하느냐가 사업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실의 효율을 산업 현장의 안정적 가동으로 연결하는 '스케일업' 문제와 제품의 탄소 감축량을 검증할 인증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관련 R&D 투자를 지난해 296억 원에서 640억 원으로 116% 늘렸으며, 2025년 2월 시행될 법안을 통해 산업화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