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전기차, 발목 잡는 정비 인프라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16만 대를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정비 가능한 업체나 전문 인력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23만 1,443대였던 전기차는 올해 8월 말 기준 116만 968대로 늘어나며 약 5배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4년 8개월 동안 전기차는 92만 대 이상 늘어났으며, 이를 일일 평균 수치로 환산하면 매일 545대씩 증가한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휘발유 및 경유차의 등록 대수는 104만여 대(4.8%)가 줄어들며 내연기관차의 퇴조와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급 속도에 비해 정비 기반 시설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관리 체계 부재로 인한 정비 사각지대

국토교통부는 현재 전기차 정비를 위한 별도의 등록 체계나 자격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정비가 가능한 업체 및 인력 현황을 구분하여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 분포한 3만 6,000여 개의 자동차 정비업체 중 고전압 배터리를 진단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몇 군데나 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22년에 이미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의 수리, 진단, 교환에 관한 통일된 기준이 부재함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비업체 현황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정비 업계 측은 고가 장비 도입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전기차 진단 장비를 구비하는 데에만 최소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여 일반 정비업체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해외 사례

정비 인프라의 부족은 고스란히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진다. 제조사로부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리 견적을 받더라도, 소비자는 다른 업체와 진단 결과나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선택권이 크게 제한된다. 반면 영국은 전기차 정비 자격을 보유한 정비사와 정비소 명단을 대중에 공개하고 있으며, 독일 역시 고전압 차량 정비를 위해 단계별 전문 자격 취득을 요구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복기왕 의원은 제조사가 제시한 고액의 수리 견적이 적정한지, 혹은 반드시 필요한 수리인지 확인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가 전기차 보급을 지원해 온 만큼 정비 기반 구축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 의원은 관련 법령의 정비와 진단 장비 도입 지원,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전하게 정비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