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혁신, 전공 경계 허문 새로운 학부의 탄생

1877년 문을 연 일본의 최고 명문 국립대학교인 도쿄대가 개교 15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디자인 학부(College of Design)'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는 1958년 약학부가 창설된 이후 약 70년 만에 이루어지는 신규 학부 설립이다. '2026 태재미래교육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야구치 유진(60) 도쿄대 부총장은 지난 2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신설 학부가 기존의 전통적인 학부들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시도라고 강조했다. 글로벌교육센터장을 겸임하며 이번 디자인 학부 설립을 주도해온 야구치 부총장은 도쿄대의 11번째 '아기'와 같은 이 학부가 다른 학부들에 영감을 불어넣고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정된 전공 대신 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교육 모델

이 학부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전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패션이나 그래픽 디자인 같은 예술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난제를 파악하고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design)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 과정은 5년제 학·석사 연계 과정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1학년 시기에 필수 과목들을 이수하며 기초를 다진 뒤, 2학년부터는 본인이 관심을 가진 분야나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사회적 과제를 설정해 필요한 수업을 스스로 찾아 듣게 된다. 특히 일본의 다른 대학들과 차별화되는 점으로, 최소 한 학기 동안은 학교 밖에서 인턴십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양성 확보를 위한 선발 방식의 변화와 유학생 비중 확대

입학 전형에서도 기존의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대다수의 일본 국립대학이 시험 성적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과 달리, 디자인 학부는 학생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발한다. 단 하루의 시험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학생의 성장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영상 자료를 검토하며, 지도 교사의 평가를 참고하고 면접도 병행한다. 또한, 야구치 부총장은 입학생 100명 중 절반을 유학생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도시나 명문 고교 출신의 비슷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된 기존 도쿄대 구성원들이 성별, 종교, 민족, 사회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차이를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통해 학생 스스로의 좁은 사고의 틀을 깨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AI 시대, 기술을 제어하고 사회를 설계하는 인재 양성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시대에 이러한 학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야구치 부총장은 인간이 기술적 진보를 제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수준을 넘어, AI의 혜택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못하는 부작용 등을 인지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에서는 기후 변화, 저출생, 고령화와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다루며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찰한다. AI가 지식과 아이디어를 쉽게 제공하는 환경일수록 학생들이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며 고유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야구치 부총장은 복잡한 갈등과 혼란이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기계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은 결국 인간뿐이기에, 대학이 미래 지도자들에게 사회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