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부산에서 마주한 경제 위기와 책임감

지난 8월 초 공식 부임한 한국은행 이정헌 부산본부장은 부산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2002년 초까지 이곳에서 근무했던 이 본부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뒤 1999년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서울 본부에서 국내외 금융시장과 정책 현장을 두루 거친 그는 20여 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부산이 자신의 고향이자 첫 근무지인 만큼, 본부장으로서 부임하게 된 것에 대한 영광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마주한 부산의 경제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주력 제조업의 성장세가 예전만큼 빠르지 않고, 청년 인구의 유출과 고령화 문제로 인해 지역 경제의 역동성이 낮아진 점을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 등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부산의 성장 잠재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중소기업 금융 지원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이 본부장은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을 포착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논의와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논의는 부산의 지리적 이점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았다. 그는 이러한 기회 요소들을 지역의 산업 및 일자리와 밀접하게 연결하고, 변화하는 경제 구조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특히 이 본부장은 한국은행 부산본부의 핵심 기능인 중소기업 자금 지원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활용해 지역 전략 산업 분야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들에 저리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는 단 한 차례만 올랐으며 현재 기준금리보다 1.75%p 낮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 생태계 조성과 전문 인력 육성 과제

이 본부장은 지난 7월 실시한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 개편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체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 등으로 고통받는 기업을 돕는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이 내년 8월에 종료될 예정이지만, 자금 지원의 공백을 막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지방 중소기업 대상 지원 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그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AI 확산 등 외부 여건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경제 현안 조사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부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를 폭넓게 발굴해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부산은 문현금융단지 조성과 주요 공공금융기관의 이전으로 금융 인프라 집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실제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올해 역대 최고치인 22위를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본부장은 부산이 진정한 글로벌 금융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을 넘어 다양한 금융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해양, 파생, 디지털 금융 등 부산 특화 분야의 실제 거래 규모를 키우고, 금융 전문 인력이 지역에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유관 기관 및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인력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