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정부 돔구장 건립 지원사업에 '사활'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및 중형 돔구장 건립 지원사업을 두고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돔구장은 지역 경제를 살릴 핵심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막대한 건설 비용과 향후 운영비에 따른 지방 재정의 압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경향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공연 복합형 돔구장 건립사업'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경북 영천과 대구, 부산, 서울 강서, 세종, 인천, 전남 여수, 충남 천안과 아산 등이다. 경기도 내에서는 광명, 평택, 화성이 도에 유치의향서를 전달했으며, 수원과 파주, 부천 등도 사업 추진을 검토하며 유치 의사를 드러냈다. 경기도는 다음 달 13일까지 각 시·군의 제안서를 받은 뒤 서면과 발표 심사를 거쳐 대규모 및 중규모 후보지를 각각 한 곳씩 선정해 문체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대규모와 중규모 돔구장 후보지를 각각 한 곳씩 확정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사업제안서에 대한 평가를 마친 뒤 후보지를 선정하며, 이후 예비타당성조사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충청·부산·대구 등 지역별 맞춤형 유치 전략

충청권에서는 충남도가 천안과 아산 지역에 대규모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과 영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과 광역교통망을 통해 전국 규모의 관람객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된 강점으로 내세웠다. 해당 구상은 민선 8기 김태흠 전 충남지사 시절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김 전 지사는 천안아산역 인근의 약 20만㎡ 부지에 약 1조 원을 투입해 5만석 이상의 규모를 갖춘 돔구장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충남도는 당초 민간 투자를 주력으로 한 자체 건립을 검토했으나, 박수현 지사 취임 이후 사업의 성격이 변화했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재원 마련과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민간 중심의 구상에서 정부 공모 참여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부산은 북항 재개발 사업과 연계하여 5만석 이상의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함으로써 스포츠 경기와 대형 공연, 국제적 행사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대구 역시 기존의 스포츠 인프라와 공연 수요를 결합한 2만석 규모의 돔구장 건립을 검토해 왔다.

수도권과 호남권, 인프라와 관광 자원 앞세워 경쟁

경기도 지역 지자체들은 풍부한 관람 수요와 광역 교통망을 주요 무기로 삼고 있다. 광명시는 KTX 광명역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개발사업과의 시너지를 강조한다. 수원시는 프로야구 연고지라는 이점과 기존 체육시설 활용 가능성을, 부천시는 5개의 철도망과 국제 문화축제 등 문화·교통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전남 여수가 세계박람회장 일대에 2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해양관광 자원과 연계한 대형 공연 및 국제행사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 기대 이면의 막대한 재정 부담

지자체들이 돔구장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스포츠와 공연 산업을 결합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돔구장은 날씨와 계절의 제약을 적게 받아 연중 상시 행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K-팝 공연 등을 통해 외지 관람객이 유입되면 숙박, 음식, 교통, 관광 등 연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건립비와 유지관리비는 큰 숙제다. 시설 규모와 입지에 따라 수천억 원에서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기에,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지방비와 민간 투자를 통한 상당한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지속적인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돔구장 유치 경쟁은 스포츠와 공연을 매개로 지역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지방정부의 전략적 움직임이다"라고 분석하면서도, "국비 확보가 곧 사업의 타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건립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 교수는 "운영 적자와 시설 보수비로 인한 지방 재정의 부담은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한정된 공연 수요를 두고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수요 예측과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