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끌어올린 폭발적 성장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9일(현지 시간)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샌디스크의 2027년 1분기(2026년 7~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8%나 치솟은 110억 3100만 달러(약 14조 768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106억 94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이며,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23%의 성장세를 보였다.
수익성 지표 역시 압도적이었다. 샌디스크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87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되어, 전년 동기의 1억 76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49배나 급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였던 84억 9600만 달러를 넘어선 결과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또한 52.6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의 0.75달러 및 전 분기의 43.97달러를 모두 압도하는 강력한 수익성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력은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나왔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9배 증가한 48억 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내 비중도 지난 분기 33%에서 44%로 크게 늘어났다. 데이비드 괴켈러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견조한 수요 덕분에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현금흐름 실망감에 꺾인 주가와 사업부별 명암
샌디스크는 AI 기반 플래시 스토리지의 수요와 고객사들의 신호가 2030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장기적 전망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이들은 차기 분기인 2027년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22억 달러에서 126억 달러 사이로 제시했는데,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121억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외의 다른 사업 영역은 우려를 낳았다.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스마트폰과 PC 등 기기 수요가 위축되면서, 주력인 에지(Edge) 부문 매출은 58억 32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 분기 대비 7% 증가한 수치로, 61%의 성장률을 보인 데이터센터 부문에 비해 성장 폭이 현저히 작았다. 인텔 역시 PC 시장의 침체를 근거로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을 시장 기대치보다 낮게 잡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매출 둔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미 AI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되어 있어,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샌디스크 주가는 올해 들어 450% 넘게 상승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도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씨게이트는 실망스러운 전망치를, 웨스턴디지털은 막대한 설비투자(Capex) 지출로 인해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샌디스크의 주가를 끌어내린 결정적 요인은 현금흐름이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3억 6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66억 8700만 달러를 밑돌았고,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63억 90만 달러로 전망치를 하회했다. 이로 인해 29일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샌디스크 주가는 정규장 종가 대비 5.3% 하락했다.
한편 샌디스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분기 중 50억 달러를 투입해 320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 두 분기 동안 전체 발행 주식의 4%에 해당하는 600만 주를 사들인 셈이다. 또한 유동성 확보와 임직원 주식 매수 독려를 위해 다음 달 19일, 8대 1 비율의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