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참여 여부 둘러싼 노사정의 엇갈린 시각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에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할지를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국회의 논의로 과제를 넘겼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와 관련해 정부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9일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통해 국민연금의 참여 범위와 구체적인 방식을 두고 전문가와 노사정 간의 의견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노사정 태스크포스(TF)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운용 노하우를 활용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정부의 과도한 금융시장 간섭이 불러올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낮은 수익률의 퇴직연금 시장과 국민연금의 도전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증권사와 보험사, 은행 등 3개 금융업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최근 10년 동안의 연평균 수익률은 2.6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기업과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연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적립금의 75.4%가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편중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압도적인 수익률을 무기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18.82%로, 퇴직연금 평균치보다 3배가량 높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6월 기자설명회를 통해 국민연금이 참여할 경우 수수료는 기존보다 3분의 1로 줄고 수익률은 3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퇴직연금을 기존 국민연금 기금과 분리된 별도 계정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저출생 여파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감소할 것에 대비해,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메기 효과' 기대와 '시장 왜곡' 우려의 충돌

국민연금이 보유한 거대 자금력은 개별 금융사가 접근하기 힘든 해외 투자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으며, 금융권의 수수료 인하와 수익률 개선 경쟁을 유도하는 ‘메기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자금력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재현 상명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민간 자산운용사의 주요 고객이자 ‘갑’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운용에 직접 뛰어들 경우 운용사들이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의 시장 진출은 공공성이 명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연금이 영세사업장과 같은 금융 사각지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개입 논란 역시 걸림돌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잠시 미룬 데 이어, 5월에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하며 증시 부양에 동원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퇴직연금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운용 방식의 한계와 향후 입법 과제

지급 시점이 확정된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이직이나 퇴직 시 가입자가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만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기 어렵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더라도 안전 자산 위주의 투자가 불가피해 기존 국민연금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법의 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