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마련한 스타트업 성과 공유회 현장에서 한 청소년 창업가의 고백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만 16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참석자는 본인의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믿으면서도, 이를 외부에 공개했을 때 타인에게 탈취당할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무대 위 선배 창업가들에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노출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공개해야 안전할지 모르겠다는 답답함과 두려움을 토로하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 창업가의 고민에 대해 기후테크 기업 갭텍의 김은학 대표와 전기차 인프라 전문 기업 피트인의 김세권 대표는 깊은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사실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공포는 모든 기업가가 안고 가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협력 관계를 맺거나 투자 유치를 위해 사업 기밀을 공유하는 순간부터, 해당 자료가 어떤 경로로 활용될지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 발달로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진 오늘날의 창업 환경에서는 경쟁의 치열함만큼이나 기술 탈취의 위험성도 비례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1조 원 규모의 기술 침해와 미흡한 법적 보호

정부 차원의 개선책이 마련되어 왔으나, 급변하는 기술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기술 침해 피해 기업은 총 474곳에 달하며 추정 피해액은 무려 1조 978억 원 규모로 집계되었습니다. 피해 기업들이 청구하는 평균 손해배상액은 약 5억 4,000만 원 수준이지만, 실제 법원에서 인정한 배상금은 1억 4,000만 원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승소하더라도 막대한 분쟁 비용과 시간 때문에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규제 샌드박스마저 가로막는 기득권과 제도적 한계

위협은 외부 기술 탈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 환경에서 정책적 결정이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루센트블록의 사례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혁신 금융 서비스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7년 동안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평가를 거쳐 올해 2월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장외 거래소 예비 인가 단계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이처럼 기득권의 반대나 불합리한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은 많은 창업가의 도전 의지를 꺾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공개는 성장을 위한 필수 선택”

디캠프 행사에서 만난 선배 창업가들은 16세 청년에게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김은학 대표와 김세권 대표는 위험 요소가 존재하더라도 아이디어를 외부에 공개하여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들은 타인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수준의 아이디어라면 오히려 사업적 가치가 낮을 수 있으며, 현재 완벽해 보이는 구상도 사업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기술 탈취를 포함한 다양한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전진하는 이들만이 성공적인 창업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의 성패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성공한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와 세수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되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경쟁 과정에서의 실패는 용인될 수 있어도, 아이디어를 빼앗겨 억울하게 몰락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정교하고 촘촘한 보호 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