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없이 사라진 필라테스 센터, 경찰 수사 착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의 한 필라테스 센터가 예고 없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개월치 이용권을 선결제한 회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운영 중단 과정에서 환불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를 접수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최근 선불 회원권을 판매하는 체육시설의 폐업 분쟁이 빈번해지면서,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문을 닫은 관악구 ㄷ필라테스센터의 박 모 센터장이 사기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박 센터장은 센터 폐업을 결정하면서 다수의 회원에게서 받은 회원권 비용을 돌려주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여러 명의 피해자가 연이어 고소장을 제출하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며, 피해자들은 개인당 2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손해 봤다고 주장 중이다. 경찰은 현재 고소인들을 불러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폐업 직전까지 장기 결제 유도 의혹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 센터장은 폐업하기 수개월 전인 지난달 16일 이전부터 회원들에게 장기 이용권을 추가로 구매하도록 권유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회원권 양도 게시글을 보고 이용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도 동일한 이용자가 올린 양도 글이 여러 건 발견된 점을 들어 업체 측이 폐업을 염두에 두고 회원권을 판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센터는 운영을 종료한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이 되어서야 회원들에게 폐업 사실을 통보했다. 센터 측은 지난달 19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자금 사정과 운영 상황 때문에 구체적인 환불 일정을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환불을 미뤘다. 박 센터장은 취재진의 수차례에 걸친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법적 사각지대 놓인 필라테스 업계

필라테스 관련 소비자 피해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보면 필라테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1년 662건에서 지난해 998건으로 약 1.5배 급증했다. 이에 대해 곽준호 변호사는 영세 사업자의 재정 상태를 소비자가 미리 알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결제 시 3개월 이내의 단기 이용권만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현행 체육시설법상 신고 대상인 체육시설업자는 폐업 예정일 14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이를 알려야 하며, 위반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필라테스 업체는 아직 체육시설업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러한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가 및 필라테스 업체의 환불 기준과 사전 통지 의무를 담은 표준 약관을 마련했으나, 법적 강제력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도 대책이 논의되어 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체육시설법 개정안은 1개월 이상의 이용료를 선납받는 사업자를 '선불식 체육시설사업자'로 규정하고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업자가 폐업 시 환불 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