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억 엔 투입해 생산 능력 5배 확대

비디오와 카세트테이프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던 자기(磁氣) 테이프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AI 기술 확산에 따른 데이터 저장 수요의 급증에 발맞춰 자기 테이프의 공급 역량을 기존보다 5배가량 끌어올릴 방침이다.

후지필름은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에 위치한 자사 공장에 약 100억 엔(한화 약 8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데이터 저장용 자기 테이프의 출하량을 2025년 수준과 비교해 약 5배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번 증산의 핵심 품목은 최대 100테라바이트(TB) 용량을 지원하는 최첨단 제품군이다.

생성형 AI가 불러온 데이터 보관 수요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면서 기업과 데이터센터가 감당해야 할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데이터의 장기 보존에 특화된 자기 테이프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테이프는 자기 방식을 통해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로, 대용량 데이터를 오랜 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데이터에 접근하는 속도 측면에서는 SSD나 HDD보다 뒤처지지만,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저장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네트워크와 물리적으로 분리해 보관할 수 있어,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고 손실 위험을 줄이는 데도 매우 유리하다.

20년 만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의 재발견

후지필름이 이 분야에 대규모 증산 결정을 내린 것은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1954년 TV 방송용 자기 테이프 연구를 기점으로 시작된 이 회사의 역사는 이후 방송용 비디오테이프와 가정용 영상 기록 매체 개발로 이어져 왔다.

현재 AI 서비스의 확산은 학습용 데이터와 생성된 콘텐츠, 기업의 방대한 업무 기록 등 보관 대상 정보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연구기관 등에서도 데이터 백업 수단으로 자기 테이프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앞으로는 모든 정보를 고속 저장장치에 담기보다, 활용 빈도가 낮은 데이터를 자기 테이프에 옮겨 저장하려는 수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닛케이는 HDD와 SSD의 확산으로 인해 소멸해가던 자기 테이프가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특수가 가져온 파급력이 자기 테이프와 같은 '성숙 기술' 분야에도 강력하게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