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강화 목적만은 아니다” 법원 판단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법원이 원고 측의 패소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 이사진 및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주주 26명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번 합병이 오로지 이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추진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삼성물산이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경영상의 목적을 가지고 합병을 추진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합병 비율 및 절차의 적법성 인정

지난 2020년 2월, 주주들은 당시 결정된 0.35대 1의 합병 비율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이들은 삼성물산의 매출액이 제일모직보다 최대 5배가량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를 불공정하게 낮게 책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병 과정에서 위법성을 찾지 못했다.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외부 전문 기관의 평가를 거쳤으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가 개입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합병 절차 자체에 법적 결함은 없다는 결론이다.

이사회 책임 및 ISDS 패소와의 차이점

삼성물산 이사회의 책임에 대해서도 법원은 면죄부를 주었다. 재판부는 이사들이 국민연금공단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 형식적으로 합병을 승인했거나, 경영진으로서의 충실 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가투자분쟁(ISDS)에서 패소한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ISDS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정부가 개입해 엘리엇에 손해를 입혔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 1,53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