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시행 후에도 반복되는 단기 계약과 고용 배제

정부가 지난달 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부문 도급 노동자 보호지침’을 본격 시행하며 모범적인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다짐했으나, 현장에서는 기존의 불안정한 고용 관행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이 발효된 이후에도 계약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설정하거나, 업체가 교체될 때 고용 승계 의무를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등 지침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나라장터와 각 공공기관의 입찰 공고문을 대상으로 국민일보가 26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침 시행 이후 공고된 사업 중 계약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사업은 총 17건에 달했다. 또한 고용 승계 의무를 아예 배제한 사업은 1건이 발견됐으며, 노사 분규가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인 사업도 2건이나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고용노동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마련한 보호지침의 핵심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동부는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2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설정할 것과, 업체가 변경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인력을 승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시행일 이후 진행되는 신규 입찰 공고나 계약 체결 건부터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상시 업무임에도 1년 단위 계약 남발

실제로 경기교통공사 광역이동지원센터 콜센터 운영과 국가위성운영센터의 청소 및 시설관리 사업 등 2개 사업은 계약 기간이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인 1년 단위로 설정되어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의 종합방재실 관리 업무를 비롯해 서울시 공공한옥 경비, 인천시체육회 산하 8개 시설의 청소 및 경비 사업 역시 모두 1년짜리 계약이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서부사업단 사옥 관리 사업은 착수일로부터 12개월간 운영되며, 해양수산부 청사의 시설관리 운영 또한 방호와 주차는 12개월, 미화 부문은 13개월로 계약 기간이 설정됐다. 강원테크노파크 한국AI·반도체교육원의 시설관리 건은 계약 시점부터 내년 말까지로, 제주경제통상진흥원 물류센터 인력 운영 사업은 약 14개월로 확인되어 모두 2년 미만의 계약 기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침상 일시적 업무나 종료 시점이 명확한 사업은 예외가 인정되지만, 청소나 시설관리 업무는 상시적인 성격이 강하다.

노동권 제약하는 해지 조건과 고용 승계 거부

고용 승계 의무를 명시적으로 거부한 사례로는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이 확인됐다. 지침은 입찰 및 계약서에 고용 승계 조건을 명시하고 이행확약서까지 제출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진흥원의 물류센터 인력 운영 제안요청서에는 '발주기관 및 신규 낙찰자는 기존 수주자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 승계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 3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는 계약 해지 조건도 발견됐다. 한국환경공단 인재개발원은 시설관리와 청소, 경비 과업내용서에 노사 분규로 인해 과업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시설관리 과업지시서에도 노사 분규로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시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 들어 있었다. 이는 파업이나 태업에 따른 업무 차질을 해지 사유로 삼는 것이 노동 3권을 제약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노동부 지침의 내용과 상충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산하기관의 지침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연 1회 이상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 지시를 내린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기관의 공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 항목에 지침 이행 여부를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하며, 준수 기관에 대한 포상과 미준수 기관에 대한 계도 등 실질적인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