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대신 앉아서 즐기는 공연장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는 사유로 2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부산의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가 오는 31일 공연을 다시 시작한다. 영업정지 기간은 종료되었으나, 관객의 춤을 제한하는 기존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여 오방가르드는 모든 좌석을 착석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소규모 공연장의 법적 지위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오방가르드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이 끝났음을 공지했다. 영업 재개 후 첫 무대는 31일 열리는 밴드 테트라포드의 미니 앨범 발매 쇼케이스다. 다만 이번 공연은 전석 착석제로 진행되며,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 관객은 입장이 제한된다. 기존의 스탠딩 공연 방식과 비교하면 수용 가능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31일과 1일로 예정된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된 상태다.
법적 지위와 수익성 사이의 딜레마
오방가르드의 이승철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폐업까지 고려했으나 전석 착석제라는 변칙적인 운영을 통해서라도 공간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향후 공연장으로의 신고 형태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공연장으로 등록하면 관객의 춤은 허용되지만, 주류 등 식음료 판매가 금지되어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 현재 오방가르드는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어 공연과 주류 판매는 가능하지만, 관객이 춤을 추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오방가르드 측은 SNS를 통해 영업정지 기간 동안 공간의 본질과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관계 부처와의 소통을 통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고 내부 정비도 마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처분의 근거가 된 제도적 틀은 변하지 않았다. 제도 개선을 공언한 문체부 등 관계 기관은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29일 식약처를 비롯한 관계 부처 및 예술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러 개선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목표 시점이나 상세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최 장관은 지난 8월 인디 음악에 대한 반응인 춤은 죄가 아니며 낡은 규제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과 아티스트의 연대
정치권에서는 지난 9월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소규모 음악공연장'이라는 별도의 규제 틀을 마련하기 위한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음악 실연 시설을 일반음식점이나 유흥업소와 구분되는 소규모 음악공연장으로 규정하여, 주류 판매와 춤이 모두 허용되도록 법적 근거를 정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을 통하지 않을 경우 최소 15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오방가르드의 영업정지 사태가 알려지자 인디 음악계의 연대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밴드 모임별의 주도로 지난 12일 후원 앨범 <공범들>이 발매되었으며, 밴드 향우회와 잠, 소음발광 등은 <댄스 포 오방가르드>라는 이름의 모금 공연을 진행했다. 밴드 향우회의 멤버 현민은 이번 사안이 오방가르드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의 수많은 공연장이 직면한 공통의 과제라고 지적하며,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문제가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실질적이고 빠른 해결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