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성장 뒤에 숨은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동시에 가중되는 투자 비용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클라우드 수요가 폭발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실적 발표는 매출 성장세만큼이나 투자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향후 주가와 기업 가치를 결정할 핵심 지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알파벳의 실적: 매출 증가에도 현금흐름은 역행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3·4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276억 달러(약 183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였던 1282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다. 인프라 수요에 따른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103% 급증한 307억 9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111억 21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35억 9400만 달러) 대비 3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수익 구조의 이면에는 심각한 투자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의 3·4분기 설비투자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513억 5500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영업 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약 423억 달러 수준에 그쳐, 설비투자액이 영업현금흐름을 약 91억 달러 초과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알파벳의 자유현금흐름은 -90억 6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사업의 기록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와 서버 확충에 들어간 비용이 더 커지면서 실질적인 현금 보유량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구글의 과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별화된 행보
알파벳은 기업용 AI 수요 대응을 위해 올해 연간 설비투자 규모를 1950억 달러로 설정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구글 클라우드의 수주잔고가 5610억 달러에 달할 만큼 향후 매출 잠재력은 크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한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여기에 시스템 판매를 위한 재고 확보와 유럽연합(EU)의 과징금 관련 지출까지 겹치며 투자 회수 속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구글 검색 및 기타 매출의 성장률이 올해 1·4분기 19%, 2·4분기 17%에서 12%로 둔화하며 기존 광고 사업의 성장세가 꺾인 점도 변수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 부담 속에서도 현금을 확보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7회계연도 1·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한 922억 7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애저(Azure) 매출이 331억 6500만 달러로 48%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번 분기 현금 기준 설비투자액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한 393억 6700만 달러(금융리스 포함 시 452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580억 달러를 기록하며 투자 후에도 약 186억 달러의 여유 자금을 남겼다.
모델 개발사와 빅테크의 재무 전략 변화
AI 모델 개발사들 역시 성장성과 수익성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IPO를 준비 중인 앤트로픽의 경우, 가파른 매출 성장세와 별개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기업용 AI 수요가 늘고 있지만, 모델 개발과 연산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회수하느냐가 기업 가치 평가의 관건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들은 파트너사와 투자금을 나누거나 계열사 구조를 재편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브룩필드와 9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체결하며 외부 자본을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경감했다. 또한 아마존 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분리한 신설 법인 '아마존 호라이즌'을 통해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투자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지분 매각 및 신주 발행 방식으로 약 3조 8000억 원을 수혈받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를 활용할 고객층과 유료 서비스 모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