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과학·수학·물리학의 경계를 허문 AI의 증명
인공지능(AI)이 수십 년간 인류의 발목을 잡았던 수학과 과학 분야의 미해결 난제들을 해결했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제기되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컴퓨터과학계의 오랜 근간이었던 '지수시간 가설'을 뒤집는 증명을 도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 세계 석학들이 이들의 성과에 대한 검증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AI가 먼저 제시한 연구 성과에 대한 학술적 공로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컴퓨터과학 분야에서는 1999년 등장한 '지수시간 가설'에 대한 도전이 이뤄졌다. 이 가설은 변수가 늘어날수록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하한선을 다루는 이론이다. 앤트로픽의 모델 클로드는 이 가설을 반박하는 알고리즘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증명이 학계의 인정을 받는다면,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계산 문제들의 이론적 한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 연산 속도의 즉각적인 향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가설의 창시자인 러셀 임팔리아초와 라마모한 파투리, 그리고 라이언 윌리엄스 MIT 교수가 검증에 참여한다.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과학 논문이 이 가설을 전제로 작성되었기에, 반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기존 연구들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증단은 자신들의 활동이 AI의 증명을 무조건 승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학적 추측과 물리학의 양자장론까지 넘본 AI
AI는 수학과 물리학에서도 난제 해결을 선언했다. 수학계에서는 1991년 제기된 '국소 평활화 추측'이 모든 차원에서 성립한다는 증명을 내놓았다. 파동의 집중 현상을 설명하는 이 추측은 그동안 일부 차원에서만 증명되었으나, 오픈AI는 모든 차원에 적용 가능한 증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카케야 추측'이나 '스타인 제한 추측'의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쿼크와 글루온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양자색역학 및 4차원 양자장론의 수학적 존재성을 입증하는 증명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과 연관된 순수 양-밀스 이론의 존재 증명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것이 밀레니엄 문제 전체의 완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 증명은 연구의 방대한 규모와 난도를 고려해 자료 공개를 유보했으며,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그로스 교수팀이 검증을 맡기로 했다.
AI 시대의 연구 윤리와 인간 연구자의 권리
오픈AI는 이번 발견의 학술적 공로를 자사가 독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부 검증자들이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논문을 작성할 때 그들의 기여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시몬스재단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I가 연구를 선점하는 구조에서 공로 배분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검증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강력한 AI 도구를 가진 주체가 공로를 독차지하고, 정작 그 결과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연구자의 기여는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의 연구진은 '라이덴 선언'을 통해 AI가 기존 연구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선행 연구자의 기여를 누락하는 문제를 비판했다. 이들은 적절한 공로 인정과 더불어 연구 결과에 대한 인간 연구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