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 사업 확대에 따른 재정 압박 경고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규모를 확장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어 기존의 필수적인 복지 서비스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예정처는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면밀히 분석한 뒤 사업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정처가 지난달 30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안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중 종료될 예정인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대상 지역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해당 사업은 인구가 감소하는 군 단위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 매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까지 시범 운영을 진행한 뒤, 그 성과를 평가하여 본사업으로 전환할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국비 4배 급증과 대상 인구의 폭발적 증가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달 중 18개 군이 추가로 지정되어, 내년부터는 기존 17개 군을 합쳐 총 35개 군에 기본소득이 지급된다. 이는 전체 인구감소지역인 69개 군 중 50.7%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수혜 대상 인구는 기존 약 52만 명에서 약 129만 명으로 2.48배가량 급증할 전망이다. 예산 규모 역시 올해 약 3,047억 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1조 1,658억 원으로 늘어나며, 국비 지원액이 4배 가까이 폭증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북 청송군을 방문해 진행된 주민 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의 효율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대통령은 해당 사업이 다른 예산 항목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효율성을 갖추고 있으며, 농어촌 소멸 방지와 인구 유입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과 평가의 신뢰성 저하 및 지자체 부담 가중 우려
하지만 사업이 '시범'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 지역과 미지급 지역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지만, 예정처는 시범 지역이 넓어지면 대조군으로 설정될 지역 상당수가 오히려 신규 기본소득 지역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현상은 성과 평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적 측면에서의 부담도 상당하다. 내년도 국비 지원 비율은 40%에서 50%로 높아지지만, 나머지 절반의 사업비는 시·도비 25%와 군비 25%로 충당해야 한다. 예정처는 수혜 대상이 2.48배 늘어남에 따라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총액(인구 대비 지방비 부담률)도 2.07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인구소멸지역이 특정 광역 지자체에 밀집되어 있어 특정 도의 재정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 올해 시·도가 부담한 금액은 약 2,253억 원이었으나, 내년에는 약 5,824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구소멸지역은 전남광주(16개), 강원(10개), 경북(10개), 경남(10개) 등에 집중되어 있어, 특정 도 내에서 여러 군이 동시에 선정될 경우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수백억 원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
필수 복지 예산 잠식 가능성
예정처는 지자체가 기존에 수행하던 필수적인 복지 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기본소득 사업으로 대체될 위험성을 경고했다. 노인 및 아동 복지, 저소득층 지원 등 기존 복지 예산이 삭감될 경우, 주민들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의 순증 효과는 미미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본소득 사업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예정처는 인구소멸지역이 밀집된 지자체의 실제 재정 여건을 고려하여 대상 지역 확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