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복구 우선순위 정하는 AI 위성 기술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시 시에서 건물 잔해와 흙더미에 매몰된 9개 지점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지역들을 우선적인 복구 대상으로 검토하시길 권고합니다.”

국내 위성 업체인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지난 19일 주한네팔대사관을 경유해 네팔 정부 측에 전달한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 8월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황폐해진 네팔 히말라야 수해 지역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정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쎄트렉아이가 촬영한 위성 영상을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도로와 교량이 파손되어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하늘에서 면밀히 파악해냈다.

전장의 눈이 된 초소형 레이더 위성

지구 궤도에 머무는 인공위성을 운용하는 기업들의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해상도 사진을 전송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고도화된 분석을 통해 “최우선 복구 지역 선정”, “적군 은폐 위치 파악”, “원유 재고량 추산” 등 고객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이처럼 우주 데이터를 맞춤형 분석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산업을 ‘서비스형 우주(SaaS, Space as a Service)’라고 부른다.

핀란드의 초소형 레이더 위성 전문 기업인 아이사이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레이더 위성 관측 데이터의 공급 확대 및 분석 지원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아이사이가 개발한 합성개구레이더(SAR) 기술은 주야간은 물론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지표면을 탐지할 수 있어, 위장막에 숨겨진 장갑차나 야간에 은밀히 이동하는 부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 전문 기업 아이온큐의 자회사인 카펠라 스페이스 역시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배치해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을 24시간 감시 중이다. 이들이 보유한 0.25m급 초고해상도 레이더는 일반 광학 위성이 포착하기 힘든 지하 군사 시설이나 야간의 미사일 배치 현황을 찾아낸다. 또한 폭격 이후 발생한 활주로나 교량의 미세한 균열까지 정밀하게 짚어낸다. 올해는 미국 국가정찰국(NRO)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한반도 감시망 구축과 글로벌 공급망 예측

한국에서는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가 정부 주도의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해부터 초소형 위성 검증 모델을 순차적으로 가동해, 구름이 낀 날씨에도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와 주요 군사 기지의 움직임을 24시간 내내 추적하는 중이다. 군 당국은 2030년까지 수십 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한반도를 30분 간격으로 관측할 수 있는 촘촘한 감시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 위기 대응에도 위성 기술이 활용된다. 미국의 플래닛 랩스는 200기가 넘는 초소형 군집 위성군을 운용하며 매일 지구의 육지 영역을 촬영한다. 이를 통해 산불이 번지는 경로를 예측하거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벌어지는 불법 벌채 행위를 추적한다.

금융 및 물류 시장에서도 위성 인텔리전스는 강력한 수익 창출 도구로 쓰인다. 남들보다 단 1분이라도 먼저 실물 경제 지표를 파악하는 것이 막대한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분석 플랫폼 ‘스펙트라’는 세계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과 선박 정체 현황을 매일 계산하며, 대형 공장이나 곡물 저장고를 오가는 트럭의 수량도 파악한다.

특히 원유 재고량 예측에 위성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원유 저장 탱크의 뚜껑은 기름의 높이에 따라 움직이는데, 위성으로 이 뚜껑이 만드는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하면 재고량을 추정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며칠 전부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유 선물 거래에 베팅하기도 한다. 애널리틱스 또한 위성 영상을 분석해 항공기 배치 변화와 항만 화물 이동량을 전수조사하며, 이를 통해 국가별 원자재 유통 흐름과 공급망 활성도 지표를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