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끄는 시민 발 헛디디게 만든 '길바닥 킥보드'

쌍둥이를 양육 중인 김자현(32) 씨는 지난달 아파트 단지 외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중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유모차를 밀며 길을 살피던 중, 엘리베이터 문 앞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전동 킥보드 손잡이에 발이 걸려 크게 넘어졌기 때문이다. 2일 김 씨는 유모차가 나아갈 길에만 집중하다 보니 킥보드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자칫 아이들까지 다칠 수 있었던 상황을 회상하며 아찔함을 토로했다. 또한, 이용자가 직접 타고 온 기기를 왜 통행로에 그대로 방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올바른 주차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정주차구역 있어도 무시하는 이용자들

서울시는 개인형 이동장치(PM)가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운행 지역 481곳에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지정구역 이용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강남, 마포, 서대문 일대의 지하철역 인근 PM 지정주차구역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의 구역에 킥보드가 세워져 있지 않았다. 이대역 5번 출구 인근은 지정주차구역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전기자전거와 킥보드가 뒤엉켜 쓰러져 있었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주변 역시 전기자전거가 보행로를 막고 방치된 상태였다. 합정역 9번 출구와 강남구청역 인근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견인된 킥보드 10대 중 6대는 도로·보행로 방치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견인 조치된 전체 킥보드 3만 7392건 중 38.9%인 1만 4552건이 차도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어 보행에 지장을 주는 기타 보도(20.8%, 7787건), 횡단보도 주변(18.6%, 6943건), 교통약자 보호구역(9.3%, 3482건)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견인된 기기 10대 중 6대가 도로와 보행 공간에 무단 방치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서울 내 주정차 위반 신고 건수는 최근 10만 건을 상회한다. 2021년 3만 225건이었던 신고는 2022년 9만 4181건, 2023년 14만 1031건, 2024년 18만 1278건까지 급증했다가 지난해 12만 6806건으로 소폭 줄었다. 서울시는 업체들이 견인료 규정이 없는 전기자전거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신고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과거 15곳에 달했던 대여업체는 현재 3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제도적 장치와 유인책 마련의 필요성

서울시는 2021년 7월부터 자전거도로, 정류소 인근, 횡단보도, 교통섬, 점자블록 위, 교통약자용 엘리베이터 진입로 등을 PM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즉시 견인 조치하고 있다. 업체가 견인된 기기를 회수하려면 4만 원의 견인료와 시간당 1400원의 보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정주차구역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적지 바로 앞에 주차하려는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요금 할인이나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불편을 감수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주요 지역에 전용 구역을 마련한 만큼, 대여업체들도 이용자들이 지정된 곳에 주차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