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반도체 쇼크, 국내 증시 전운
뉴욕발 악재가 주말 사이 몰아치면서 이번 주 국내 금융시장이 거센 풍랑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텔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주가가 28.58%나 급락하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거대 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가 이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 중이다.
한국거래소의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10월 한 달간 1107.3포인트(16.19%) 하락하며 5730.74로 마감했다. 이는 월간 하락 폭 기준으로 역대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수치다. 지난달 30일에도 코스피는 3.48% 급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는데, 당시 장중에는 코스피200선물의 가파른 하락으로 인해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3.02% 하락한 22만5000원, SK하이닉스는 7.08% 떨어진 141만8000원을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급락과 정치적 변수
이번 주 코스피는 극심한 변동성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1일 새벽 마감된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20% 하락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특히 인텔은 5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충격을 주었으며, AMD(-10.88%), 마이크론(-5.30%), 엔비디아(-4.22%), SK하이닉스 ADR(-7.95%)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검은 월요일'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
현지시간 3일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동 전쟁의 장기화 국면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2기 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스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만약 블루 스윕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를 견제해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4분기 코스피가 최대 67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상원까지 민주당이 차지하면 연준 인사에 대한 통제력도 확보되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점유하는 '레드 스윕'이 발생할 경우, 재정 지출 확대와 관세 정책 강화로 인해 코스피 하단이 4950선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신한투자증권의 강진혁 연구원은 향후 시장 환경이 변하더라도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설비투자(CAPEX)를 지속하며 이를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증명해낼 수 있는지가 주가 향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추가적인 군사 행동을 단행할 가능성도 시장의 악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며, 남은 잔여 시설도 단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매체 MS나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다음 날인 4일 공습에 대비해 걸프 지역 동맹국들에게 경고를 전달했다고 보도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