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와 주거 기능 사이의 갈등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택지 개발 계획을 두고 경기 고양시와 의정부시의 정치권 및 시민사회가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주택 위주의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자족 기능을 상실한 채 서울의 주거 수요를 떠받치는 이른바 '베드타운'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과 일자리가 공존할 수 있는 토지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의정부 갑·을 당협위원장과 지역 시의원들은 2일 오전 의정부시청 브리핑룸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다락원 공공주택지구의 지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미군 반환 공여지를 활용한 기업 유치 계획을 실현할 것을 촉구했다. 전희경 의정부갑 당협위원장은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공공주택 공급에만 치중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기업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플러스 알파'가 보장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임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의정부 다락원과 고양 대곡지구의 쟁점

이번 갈등은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경기 지역 6곳에 총 7만 67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되었다. 구체적인 계획에 따르면 의정부 다락원에는 2600호가 공급될 예정이며, 고양 대곡지식융합지구는 기존 9400호에 4000호를 더해 규모가 확대된다. 의정부의 경우, 미군 반환 공여지인 캠프 잭슨의 활용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정부시는 지난 3월 대웅개발과 의약품 연구 및 생산시설 조성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으나, 이번 주택 공급 계획으로 인해 산업시설 중심의 개발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동근 전 시장은 기업 유치 기회를 놓칠 것을 우려해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김원기 의정부시장은 2일 대응회의를 통해 지구 내 도시첨단산업단지의 중복 지정과 기존 입주 의향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지시하며 대안 마련에 나섰다. 시민사회 역시 경제적 실익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는 산업용지 규모와 재원 공개를 요구했으며, 최경호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인구 증가가 곧 세수 증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시민 참여 없는 일방적 개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고양시, “산업용지 확보가 주택보다 우선”

고양시 역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발표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30년간 중앙정부가 주도한 17개 주택지구 조성 과정에서 공업지역 비중은 시 전체 면적의 0.09%에 불과했다는 점이 그 근거다. 특히 5개 철도 노선이 교차하는 대곡 지역은 일자리 거점으로 기대를 모아왔으나, 규제와 주택 위주 개발로 인해 산업시설 확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국민의힘 고양 지역 당협위원장과 시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추가 공급 철회를 요구하며, 주택 공급이 일산신도시 재건축 등 기존 정비사업의 수익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경고했다.

민주당 소속 민경선 고양시장은 국토부 발표 당일 저녁 자신의 SNS를 통해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민 시장은 그동안 정부가 자족용지 확보를 약속해왔으나 사업 과정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많았음을 지적하며, 이번에는 단순한 약속이 아닌 확정적인 보장을 요구했다. 그는 산업시설 조성이 주택 공급에 앞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