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방위로 확산되는 사이버 공격 위협

은행권에서 시작된 해킹의 불길이 저축은행과 캐피털,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시스템을 겨냥해 북한의 인터넷주소(IP)를 활용한 접근 시도가 확인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웹사이트 개발 언어인 PHP의 심각한 보안 결함을 악용한 공격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시스템을 동시다발적으로 겨냥하면서 전 세계적인 사이버 보안 위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한 해킹 사고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이달 초부터 중순 사이에는 16곳의 금융기관에서 약 1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거래소뿐만 아니라 항공사 및 여행 플랫폼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러한 공격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동원된 정황이 발견되었고, 보안이 취약한 외부 연결 웹사이트가 주요 공격 경로로 활용되었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파악되었다.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금융당국의 보안 점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을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자체 점검에 의존하는 구조와 12개에 불과한 점검 항목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점검만으로는 잠재적 취약점을 완벽히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점검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보안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보안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3시부터 약 24시간 동안 다수의 북한 IP 대역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을 향해 440만 건이 넘는 스캔성 접근이 탐지되었다. 비록 제3의 공격자가 북한 IP를 도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북한의 직접적인 소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포착된 정황을 안보 차원에서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PHP 취약점 악용한 글로벌 공격과 대응 체계의 한계

PHP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3일과 24일 사이, 미국 정부 관련 시스템을 포함한 총 25대의 서버에서 최고 관리자 권한이 탈취된 정황이 드러났다. 공격 대상에는 미국과 일본, 대만은 물론 한국의 방화벽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과의 연계성이나 AI 활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국내 시스템에 대한 실제 침투 여부와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현재의 정보보호 역량은 정교해지는 위협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금융, 통신, 플랫폼 등 170여 곳의 핵심 시설을 점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후 조사와 점검을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금융회사는 IT 투자를 늘리면서도 보안 투자는 확대하지 않거나 오히려 보안 전담 인력을 감축한 사례가 확인되어, 공격의 주체와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보안을 단순한 비용으로 치부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국가 차원의 사이버 대응 체계 또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민간과 정부가 신종 위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디지털 서비스 확대에 발맞춰 보안 투자와 전문 인력 확보가 적절히 이루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업과 기관 역시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다중 인증, 상시 보안 관제 등을 통해 방어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하며, 사고 후의 조사와 제재 중심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의 대응 체계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