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OECD가 예측한 2026년 경제성장률은 3.7%이며, 2026년 상반기에는 수출액 세계 5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 수치가 존재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반도체 수요의 폭증은 한국 경제에 반등과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피크 코리아'와 '성장의 한계'라는 불안감이 공존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격히 진행되는 초고령사회 진입은 인구 소멸과 저성장이라는 '수축의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추격으로 한국의 유일한 경쟁력인 메모리 반도체마저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가 기술을 동력 삼아 도약할지, 아니면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혁신가 피터 디아만디스가 그리는 풍요의 미래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혁신 기업가인 피터 디아만디스는 기술의 진보를 통해 인류의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지난 30년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문샷(Moonshot)' 혁신을 이어왔다. 1994년 인류 혁신을 유도하는 엑스프라이즈 재단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민간 유인 우주 시대를 연 안사리 엑스프라이즈를 성공시켰다. 또한 2008년에는 레이 커즈와일과 협력해 10억 명의 인류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인재를 양성하는 싱귤래리티대학을 설립했다. 그는 저서 『어번던스』와 2026년 출간될 『초풍요의 시대』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무한한 풍요를 가져올 것임을 역설해 왔다.
디아만디스는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역으로 정의한다. 그는 라이트 형제나 아폴로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들처럼 제도권의 한계를 넘어 직접 문을 열어젖히는 태도를 강조한다. "세상의 가장 큰 문제는 곧 가장 큰 사업 기회"라는 신념 아래, 10억 명을 돕는 것이 곧 억만장자가 되는 길이라는 행동 지침을 실천해 왔다. 2012년 『어번던스』를 통해 기술이 삶을 개선할 것이라 주장했을 당시에는 비판도 있었으나, 현재 태양광 에너지의 저렴함과 빈곤율 감소, 그리고 AI의 보편화 등 그의 예측은 현실로 증명되었다. 이제 그는 풍요가 이미 도래했음을 선언하며, 그 풍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술의 위험성과 AI 안전에 대한 통찰
첨단 기술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위험에 대해 디아만디스는 울리히 벡의 이론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모든 강력한 기술이 위험을 동반하지만, 인류는 역사적으로 그 위험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왔다고 주장한다. 핵에너지가 폭탄과 원자로를 동시에 가져왔음에도 인류가 핵 교전 없이 생존하고, 천연두를 박멸하며 오존층을 보호해 온 사례가 그 증거다. 즉, 위험 사회는 곧 위험을 관리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AI의 급격한 발전 속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단순히 '속도 조절'이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변수는 '역량 연구 대비 안전 연구의 비율'이다. 연구소들이 연산 자원의 상당 부분을 안전 연구에 할당하고 독립적인 감사관을 두어야 하며,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모델 간 상호 테스트와 같은 현실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을 향한 제언: 고(高) 자동화, 고(高) 존엄사회
디아만디스는 한국이 60년 만에 가난한 국가에서 AI 데이터 센터의 핵심 메모리를 생산하고 고등교육 수준이 높은 선진국으로 도약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세계가 한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 문제는 실존하는 위협이지만, 노동력 감소 시점이 AI와 로보틱스 시대의 진입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화 기술을 선점한 국가는 인구 구조 변화에도 쇠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두 가지 구체적인 제언을 남겼다. 첫째,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을 일으켰던 것과 같은 국가적 사명감을 가지고 AI 도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고(高) 자동화, 고(高) 존엄사회'라는 세계적 모델을 구축해 노령화가 곧 쇠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둘째,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다. 유능하지만 지쳐 있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정답을 찾는 법이 아닌, 무언가를 직접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예측하는 2050년대의 미래는 에너지의 무료화와 깨끗한 환경, 그리고 암이나 신경퇴행성 질환의 극복을 통한 건강수명 100세 시대를 포함한다. 로봇이 육체노동을 대신하고 인류가 다행성 종족으로 거듭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풍요가 소수에 독점될지 아니면 폭넓게 공유될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