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협 부르는 거대 생물 시장, 기존 통계의 두 배 규모

야생동물의 상업적 거래는 특정 종들을 실제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등 지구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야생생물의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수치의 두 배에 달하는 10만 종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의 생물다양성 감시 시스템이 주로 멸종위기종의 불법 유통에만 치중하면서, 합법적인 명목으로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생물종 거래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생명과학과 앨리스 휴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전 세계 야생생물 거래 감시 체계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결과,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종은 7만 9554종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연구진은 이 수치조차 실제보다 적게 잡혔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잠재적 거래 규모는 최대 10만 7356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기존 추정치인 5만 종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다. 동물 분야만 보더라도 최대 4만 7685종이 거래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현재까지 기록된 모든 척추동물의 42%에 해당하는 3만 1306종을 포함하는 규모다.

사이테스 중심 감시 체계의 한계와 정보 공백

이번 연구는 야생생물 거래를 관리하는 감시 체계에 심각한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대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과 같은 제도가 전체 생물종을 충분히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파충류의 경우 사이테스에 등록된 종은 전체의 9.5% 미만에 불과하지만, 실제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은 45%를 상회한다. 멸종위기종이 아닌 일반 종들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전혀 보유하지 못한 국가가 많아,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어 위기에 처한 뒤에야 사후 약방문 격으로 보호 조치를 취하게 될 위험이 크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국가가 사이테스 미등재 종의 거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어류·야생동식물관리국(USFWS)의 '법집행 관리정보시스템(LEMIS)'이 국경을 넘는 생물종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가장 방대한 거래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적 거래의 거대 규모와 국제 협력의 필요성

현재의 감시망이 주로 밀렵이나 밀수 같은 '불법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힌다. 불법 거래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약 284억~395억 달러(한화 약 38조~53조 원) 규모인 반면, 합법적 거래의 가치는 그보다 5.6~10.6배 높은 2200억~300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휴스 교수는 코끼리나 호랑이 같은 상징적 동물의 불법 거래 외에도 목재, 해산물, 약용식물, 반려동물, 관상어, 버섯 등 광범위한 품목이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가정 내 사육이 가능한 외래 야생동물 '백색목록'이 888종까지 늘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 업계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휴스 교수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설정한 보전 목표 내의 감시 지표가 실제 거래되는 종의 2~3%만을 반영할 뿐, 나머지 97%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2년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목표'가 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식량용 어족자원에 편중된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물종 거래 양상이 급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정보 수집 방식을 표준화하고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