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학습 위한 데이터센터와 GPU의 결합

현실 세계에서 직접 구동되는 인공지능인 '피지컬 AI'가 산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주요 통신사들이 로봇의 학습과 운영을 지원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AI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로봇의 활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로봇을 훈련시키고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연산 자원, 그리고 운영 인프라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술 분석 기관인 테크넥서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40개 통신사의 피지컬 AI 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6개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통신망과 연산 인프라, 그리고 로봇 전문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선도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해외에서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NTT도코모, 독일의 도이체텔레콤, 미국의 T모바일 등이 포함됐다.

데이터센터 기반의 로봇 학습 플랫폼 구축

과거 통신사들의 역할이 로봇에 통신망을 연결하거나 배송·서빙 로봇을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새로운 과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의 지능화는 곧 대규모 연산 수요를 의미하며, 이는 통신사가 보유한 강력한 데이터센터, GPU, 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 배치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통신사의 역할은 다각도로 나타난다. 로봇이 카메라 영상과 센서 데이터, 동작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며 학습해야 하므로, 이를 뒷받침할 클라우드와 연산 자원이 필수적이다. 도이체텔레콤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에 엔비디아와 협력한 '산업용 AI 클라우드'를 가동해 로봇 기업들이 가상 공간에서 작업을 시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온 제조 분야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학습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7월 야스카와 전기와 실증을 진행하며, GPU 클라우드 내에서 로봇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상 시험을 거쳐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개발 도구를 선보였다.

로봇의 판단을 돕는 외부 서버 연산과 통합 제어

학습을 마친 로봇이 현장에서 움직일 때도 고도의 연산이 요구된다. 물체를 식별하고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AI 추론' 과정에서 로봇 내부 반도체의 한계인 전력 소모, 발열, 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서버에 계산을 맡기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T모바일은 지난달 27일 휴머노이드 전문 기업 피겨AI와 협력하여, 로봇의 AI 연산 일부를 인근 외부 서버에서 처리하는 기술을 시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들을 통합 관리하고 기존 설비와 연동하는 운영 체계도 중요해지고 있다. KT는 로봇과 설비를 통합 관리하는 'K-RaaS'를 피지컬 AI 실증에 도입했으며, NTT도코모의 분사 기업인 '로보츠'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보행 로봇과 로봇 팔 등을 연결하는 통합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차이나텔레콤은 자산인 AI연구원이 육성하고 계열 펀드가 투자한 '감마로보틱스'를 통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모델 개발에 직접 나서며, 통신 인프라와 AI 기술을 결합한 로봇 산업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