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에 발목 잡힌 알파벳의 현금 흐름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주가가 단 하루 만에 13% 가까이 급락하며, 2004년 기업 공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 수익원인 검색 광고 분야의 성장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로 분석된다.
29일(현지 시각) CNBC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의 주가는 전날보다 12.64% 떨어진 283.8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기록했던 종전 최대 하락 폭인 11.63%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번 급락으로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약 5000억 달러(한화 약 669조 7000억 원)가 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러한 시총 감소 규모가 지난해 1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5930억 달러(약 794조 3000억 원) 급감했던 사건에 이어 월가 역사상 두 번째로 거대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과 빅테크 간의 희비
이번 주가 폭락의 도화선은 알파벳이 3분기 동안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인프라 확충에 지나치게 많은 현금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겨졌다. 알파벳은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잉여현금흐름(FCF)이 90억 7000만 달러(약 12조 1500억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27억 달러(약 3조 6200억 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에서 설비 투자 등을 제외하고 남은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것은, 사업을 통해 창출한 현금보다 투입된 자본이 더 많았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은 올해 연간 자본적 지출 전망치를 기존의 1950억~2050억 달러(약 261조~275조 원) 수준으로 유지하며 AI 경쟁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언제쯤 수익으로 회수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알파벳과 대조를 이뤘다. MS 역시 AI 인프라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으나, 현금 창출 능력 측면에서 알파벳과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MS의 해당 분기 자본적 지출 및 금융리스 규모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452억 달러(약 60조 5400억 원)로, 시장 예상치인 506억 7000만 달러(약 67조 8700억 원)보다는 적은 수준이었다. MS의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보다 27% 줄어든 186억 3000만 달러(약 24조 9500억 원)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플러스 상태를 유지했다.
검색 광고의 위기와 혁신가의 딜레마
자산운용사 퀼터 체비엇의 벤 배린저 글로벌 기술 리서치 책임자는 MS가 인프라를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구축해 변수가 적은 반면, 알파벳은 실적 발표 과정에서의 혼란과 컨퍼런스콜 대응 미흡이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파벳의 핵심인 검색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12% 늘어난 633억 5000만 달러(약 84조 8500억 원)를 기록했음에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이 치명적이었다. 이는 AI 기술이 기존 검색 시장의 수익성을 깎아먹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필립 쉰들러 알파벳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자체 AI 검색 서비스인 'AI 모드'의 수익화 수준이 아직 낮다는 점을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현재 알파벳은 'AI 오버뷰'와 AI 모드에 광고를 적용하며 해외 시장 확장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챗GPT나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 챗봇의 확산으로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 대신 다른 서비스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역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린저 책임자는 구글이 기존 사업 보호와 AI 중심의 변화 사이에서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하며, 제미나이의 경쟁력 약화와 에이전트형 AI 분야에서의 뒤처짐을 지적했다. 다만 로젠블랫증권의 스콧 데빗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상황이 검색 시장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구글이 보유한 40억 명의 검색 이용자를 AI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