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3.75~4.0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하며, 지난달 시행한 금리 인상의 실질적인 효과를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워시 의장은 한국을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적인 공급처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 경제를 예상보다 더 깊이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공급망 내 한국의 위상을 언급했다.

경제 성장세 속 물가 불안 지속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동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3년 만에 단행된 0.25%포인트 금리 인상 이후 이어진 조치다. 이번 결정에는 위원 12명 중 10명이 찬성했으나, 리사 쿡 연준 이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경제 활동이 강력한 속도로 확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생산성 향상과 국내 지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수치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들어 향후 추가 정보가 확보되는 시점에 정책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3분기 들어 성장 속도가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보이며, 소비지출은 3% 이상의 증가율을, 기업투자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첨단기술 분야의 설비투자가 타 산업으로 전이되는 양상과 견고한 고용 시장도 확인되었다.

다만 워시 의장은 미국 국민들이 약 6년 동안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가 올바른 궤도에 있으나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특정 부문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번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 여건 긴축 및 12월 인상 가능성

9월 금리 인상 이후 나타난 정책 효과에 대해 워시 의장은 일부 가계와 기업의 신용 여건이 타이트해지고 투자자들의 자금 배분이 신중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체 금융 환경을 완전히 긴축적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12월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향후 6주간의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시장의 기대는 인상 쪽으로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12월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4.78%까지 상승했다.

워시 의장은 경제 성장이 반드시 과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잠재성장률 상승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또한 AI 투자 열풍이 금리 영향권 밖에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금리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거의 모든 경제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관심

워시 의장은 한국 경제와 첨단기술 공급망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한국과 일본 등 해외 달러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 경제를 매우 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신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원료(feedstocks)의 상당 부분이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공급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차대조표 활용을 함께 논의했던 유능한 동료라고 소개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정책은 전담 태스크포스(TF)가 검토 중이며 내년 1분기 초에 권고안이 나올 예정이다. 한편 연준은 2027년부터 FOMC 운영 방식을 개편하여 금리 결정 회의 횟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남은 회의를 중장기 통화정책 전략 논의에 할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