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PTSD 예방 위한 치유 공간, 설치율 60%에 그쳐
소방공무원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방지하기 위한 심신안정실이 전국 소방청사 10곳 중 4곳에조차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설치가 불가능한 청사를 위한 별도의 지원책이 전무해 심리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확보한 '소방 심신안정실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심신안정실을 구축해야 할 대상인 1654개 소방청사 중 실제 운영 중인 곳은 98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667개 청사(40.32%)는 심신안정실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 지역의 미설치 비율이 73.14%로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이어 강원 지역이 62.5%, 충북 지역은 60.87%, 전북 지역은 54.78%의 미설치율을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문 치유 공간의 역할과 공간 부족 문제
심신안정실은 참혹한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이 우울증이나 수면 장애, PTSD 등을 스스로 치유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청사 내에 조성하는 전문적인 휴식 공간이다. 이곳은 산소방이나 산소발생기 같은 휴식 시설은 물론, 안마의자와 척추 마사지기 등 신체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장비들로 구성된다.
소방청은 심신안정실이 설치되지 않은 667개 청사 중 624곳이 공간 부족 문제로 인해 설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간 확보가 가능한 1030개 청사 중에서는 987곳(95.8%)이 이미 심신안정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설치가 어려운 청사를 위한 소방청 차원의 대체 사업은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소방청 관계자는 심신안정실을 구축하기 힘든 현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안마의자 등을 구비해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설치가 가능한 곳들은 조만간 시설을 갖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예산 구조 변화와 제도적 대안 마련 촉구
윤건영 의원은 심신안정실이 소방관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핵심적인 방어선임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재난 현장에서 복귀한 소방관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심리 지원의 기본이라고 지적하며, 공간 부족이 면죄부가 될 수 없으므로 '이동형 심신안정실' 도입 같은 적극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신안정실 운영을 위한 예산 구조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최근 3년간 국비인 소방안전교부세는 2024년 5억 3396만 원에서 2026년 9493만 2000원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지자체 부담인 지방비는 12억 5849만 8000원에서 15억 1123만 5000원으로 늘어났다. 소방청은 지자체가 다른 소방 사업에 우선적으로 교부세를 신청하면서 심신안정실 관련 예산 신청이 줄어든 것이 국비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