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에 직면한 지역 필수의료 현장

수십 년간 지역 사회의 입원과 수술, 그리고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책임져 온 개인 병원들이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병원이 보유한 경영 노하우와 전문 기술, 그리고 고용 유지의 가치를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순한 영리 목적의 사업장이나 개인 전문직 사무소와 달리, 병원은 지역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제 입법을 잇따라 발의함에 따라, 향후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문직 사무소와 다른 병원의 조직적 특성

대한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세세분류를 기준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설정하면서 병원을 제외했다. 기획재정부는 변호사나 회계사, 변리사 등 면허 기반의 전문직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병원계는 병원을 단순한 의사 개인 사무소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박한다. 병원은 의사 한 명의 업무를 넘어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행정직 등 다양한 인력이 협업하는 조직이며, 대규모 의료 장비와 시설 관리는 물론 감염 관리와 환자 안전을 위한 고도의 노하우 전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 개설 병원의 비중은 매우 높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3,361곳의 병원급 의료기관 중 1,928곳(57.4%)이 개인 운영이며,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약 19만 1,963명으로 전체 병원급 인력의 30.5%에 달한다. 특히 일반 병원만을 기준으로 하면 개인 개설 비중은 75.9%까지 치솟는다.

폐업 위기와 국회의 입법 대응

세금 부담의 심각성은 구체적인 사례로 드러난다. 41년간 약 6만 4,000건의 분만을 수행해 온 서울 강남의 호산여성병원의 경우,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속세가 기존 40억 원에서 330억 원으로 8배 이상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격한 세 부담은 병원 승계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은 건물이나 토지, 의료 장비 같은 비유동자산의 비중은 크지만 현금 유동성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세금을 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응급, 중증, 분만, 소아과 등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이 사라지면 지역 주민들이 즉각적인 대체 의료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병원계는 중소도시에서 병원이 지역 고용과 상권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병원의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법안들을 발의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수의료특별법에 따른 기관을, 안상훈·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의료법상 의료기관 전체 또는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종합병원·요양병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문 의원은 업계의 절실한 요청을 반영해 당국이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안 의원 역시 의료기관을 가업상속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조세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