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가 화재의 시발점인가

인천 서해구 소재 쿠팡32 물류센터에서 발생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남긴 대형 화재의 발화 원인이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청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은 화재가 시작된 지점을 B동 6층 메자닌 2층에 위치한 물품 적재 선반으로 지목했다. 조사단은 해당 구역에 놓여 있던 생활용품 내부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며 불이 붙었고, 이것이 주변의 종이 상자와 포장재, 각종 물품으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역시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CCTV 영상과 화재 수신기 기록을 정밀 분석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을 거친 끝에, 화재 지점 근처에 있던 미상의 기기 속 리튬이온배터리 셀이 파손되거나 절연되면서 불꽃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화재 당시 감정 대상물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소실되어 정확한 발화 기제를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소방시설 정상 작동 및 수사 종결

이번 화재와 관련해 방화나 실화, 혹은 소방시설법 위반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7월 18일 발생한 이번 사건을 대상으로 방화 및 실화 여부, 소방시설 관리 적정성을 수사해왔으나, 범죄 혐의를 입증할 근거를 찾지 못해 29일 사건을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화재 발생 당시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등 주요 소방 설비들이 설계대로 정상 작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안전관리 수칙을 어기거나 시설을 임의로 조작한 정황도 포착되지 않았다.

109시간 사투와 1140억 원의 막대한 피해

지난 7월 18일 오전 6시 54분경 인천 서해구 석남동에서 시작된 화재는 건물 6층에서 상층부와 외벽으로 급격히 번지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물류센터 내부의 방대한 물동량과 복잡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진화 작업에 큰 난항을 겪었으며,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불길은 수직적으로 7층과 8층 옥상 식당까지 치솟았고, 수평으로는 B동 외벽을 타고 A동 방향으로 확산했으나 소방대원들이 진입 램프에 구축한 방어선 덕분에 5층 이하로의 확산은 저지할 수 있었다.

결국 화재는 발생 109시간 41분이 경과한 22일 오후 8시 35분경에야 완전히 진압되었다.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 직원 121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현장에서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한 소방대원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재산 피해 규모는 부동산인 건물 등 374억 원과 보관 중이던 동산 766억 원을 합산해 총 11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