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성취도를 결정짓는 두 가지 인지 엔진
수학 공식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과 복잡한 방정식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최근 미국 캔자스대학교와 텍사스A&M대학교, 템플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인지적 특성과 수학적 역량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하여, 수학 실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인지 능력 두 가지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지능 저널’(Journal of Intelligence)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수학적 성취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로 언어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지목되었다.
연구팀은 웩슬러 인지 검사처럼 미국 내에서 통용되는 122종의 검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총 4만 7231건의 상관관계 자료를 정밀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 감각, 수학적 지식, 연산 능력, 문제 해결력 등 다각적인 수학적 성취에 관여하는 심리적 기제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수학 역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두 가지 능력이 도출되었다. 첫 번째는 어휘력과 언어적 추론을 포함하는 ‘이해 지식(Comprehension Knowledge)’이다. 이 능력은 수학적 개념을 파악하고 문장형 문제를 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수학 지식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두드러진 영향을 미쳤으나 단순 연산 속도와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리적 추론과 수 감각의 유기적 결합
다니엘 하요프스키 텍사스A&M대학교 교육심리학 교수는 미국의 로스쿨 입학시험(LSAT)이 독해력과 배경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같이, 이해 지식 역시 정보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54명의 어린이를 12년간 추적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독서량이 많은 아동일수록 수학 성적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이는 독서와 수학이 언어 능력, 기억력, 실행 기능이라는 인지적 토대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핵심 요소는 ‘유동적 추론(Fluid Reasoning)’, 즉 귀납적·연역적 사고를 수행하는 논리적 능력이다. 하요프스키 교수는 이를 설명서 없이 새로운 보드게임을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에 비유했다. 유동적 추론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필터’ 역할을 수행하며, 수학 지식과 계산, 문제 해결 전반에서 중간 이상의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특히 주어진 규칙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연역적 추론이 수학 전반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맞춤형 학습을 위한 오답 패턴 분석의 중요성
하지만 이러한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숫자의 연관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수 감각(Number Sense)’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감각은 수학적 지식과 문제 해결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건물의 기초 공사에 비유할 수 있으며 앞서 언급한 인지 능력들은 골조나 설계도에 해당한다. 하요프스키 교수는 인지 능력이 학습에 필수적이지만 수학 능력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이며, 이러한 능력 또한 노력과 시간에 따라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학은 이전의 개념을 토대로 지식을 쌓아 올리는 계층적 과목이기에, 한 번 뒤처지면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연구진은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단순히 시험 점수에 매몰되지 말고 학생의 ‘오답 패턴’을 면밀히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학습 부진의 원인이 언어적 이해인지, 추론 능력의 부재인지, 혹은 효율성의 문제인지를 정확히 진단하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성취도를 높이는 열쇠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으로서 인과관계를 확정 짓는 것은 아니며, 가정 소득이나 교육 환경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