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공정위 비판하는 미국 ITIF에 1만 달러 이상 기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IT 기업들을 차별하며 과도한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고 비판한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에 쿠팡이 1만 달러(약 1,330만 원)가 넘는 금액을 후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1일 확인된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공식 홈페이지 내 '1만 달러 이상 후원자' 명단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및 기관 64곳 중 쿠팡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주요 주체들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이었다. 또한 이미 공정위의 제재 대상이 되었던 메타, 퀄컴, 알파벳(구 구글)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쿠팡과 삼성전자 두 곳만이 이 재단의 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 차별론 제기한 ITIF의 보고서 내용
ITIF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한국의 반독점 규제가 미국의 혁신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 방식을 문제 삼았다. 재단 측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공정위가 미국 기업들에 부과한 평균 과징금이 한국 기업에 부과한 액수의 21배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조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특히 재단은 공정위가 검색 순위 및 상품평 조작 혐의로 쿠팡과 그 자회사에 대해 부과한 1,628억 원 규모의 과징금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쿠팡과 이 재단의 관계는 지난해 열린 플랫폼 규제 관련 행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릴라 노라 키스 ITIF 수석정책분석가와 스콧 제이콥스 쿠팡 글로벌 대관 부문 공공정책 책임자는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한국의 기술 잠재력 실현: 미국의 투자와 혁신 강화' 행사에 함께 연사로 참석했다. 당시 키스 분석가는 공정위의 규제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한미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로비 성과 논란과 전문가의 제언
기업이 싱크탱크에 후원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후원을 받은 재단이 해당 기업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정책 보고서를 발행할 경우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ITIF의 보고서들이 미국 의회에서 인용되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근거로 쓰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쿠팡이 2025년 이후 미국 내 로비 활동을 위해 227만 달러(약 32억 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퍼블릭시티즌은 미 하원 법사위원회의 보고서 발표와 미 의원 50여 명의 서한 발송 등을 근거로 쿠팡의 로비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미국 기업과 자국 경제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 싱크탱크와 의회가 빅테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