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넘어 핵심 카테고리로 안착한 K-뷰티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촬영을 시도하자 직원이 즉각 다가와 목적을 확인했다. 치열한 채널 경쟁이 벌어지는 현지 상황 탓이었다. 브랜드 관계자와 동행 중임을 밝히자 촬영이 허가되었는데, 이는 입점 브랜드와 진열 방식에 극도로 민감한 영국 뷰티 유통업계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런던의 주요 뷰티 매장들은 공통적으로 'K뷰티 존'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편집숍부터 대중적인 드러그스토어, 글로벌 전문점까지 매장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한국 화장품을 위한 독립 구역을 마련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는 현지 유통사들이 한국 제품군을 주목할 만한 핵심 카테고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준식 아모레퍼시픽 유럽 지역본부(RHQ)장은 K뷰티가 단발성 유행을 지나 독자적인 뷰티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기술력과 효능, 브랜드만의 독특한 서사와 경험이 결합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편집숍 중앙 배치된 라네즈와 전문화된 브랜드 전략

런던 옥스퍼드서커스 인근의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인 스페이스NK에서는 라네즈가 매장 중앙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라네즈는 이곳의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 구성품에도 포함되며 주요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크리스마스 기간 매일 작은 선물을 열어보는 제품으로, 라네즈가 핵심 브랜드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 에스트라 역시 최근 입점하여 더마 전용 구역에 배치되었다. 보습 중심의 라네즈와 피부장벽 케어에 특화된 에스트라가 각기 다른 타겟을 공략하며 소비자를 맞이하고 있다. 배터시 파워스테이션의 부츠(Boots)나 화이트시티 웨스트필드의 세포라(Sephora) 매장에서도 제품 특성에 맞춘 K뷰티 전용 구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영국을 유럽 시장 확장의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이 같은 유통 환경 덕분이다. 이준식 본부장은 영국이 글로벌 트렌드 수용도가 높고 온·오프라인 채널이 다채롭게 구축되어 있어, 새로운 브랜드가 소비자 접점을 찾기에 매우 유리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EMEA 매출과 온·오프라인 시너지

아모레퍼시픽은 영국 내 스페이스NK, 부츠, 세포라 외에도 셀프리지스와 존루이스 같은 오프라인 망을 적극 활용한다. 온라인에서는 아마존, ASOS, 룩판타스틱 등을 통해 채널을 다각화했다. 특히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거나, 매장에서 경험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재구매하는 유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매출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23년 518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1703억 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2410억 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전체 매출 내 EMEA 비중 역시 3.7%에서 5.7%로 확대되었다. 영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별 환경에 맞춘 확장을 준비 중이다.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강점도 뚜렷하다. 라네즈는 보습과 제품 경험을, 코스알엑스는 성분과 효능을, 에스트라는 피부장벽 관리를 내세운다. 설화수는 인삼 연구와 한국적 미감을 통해 럭셔리 시장을 공략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디지털과 유통사 협업을 병행하며, 팝업스토어와 매장 내 체험을 통해 직접 사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80년간 축적된 R&D 역량과 제조 기술력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향후 '홀리스틱 롱제비티' 연구와 AI 기반의 맞춤형 피부 분석 서비스를 강화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