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성장축 집중 위해 비핵심 사업 투자금 회수
SK가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시그넷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일렉링크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관련 보조금이 감소하는 등 시장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그룹의 핵심 사업과 연계성이 낮은 분야에서 투자금을 회수해 자본과 경영 역량을 재배분하려는 전략적 조치다.
SK는 시그넷과 현금 교부형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그넷의 주식을 전량 인수하는 대신 주당 8,200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식 교환은 2027년 1월 5일에 진행될 예정이며, 시그넷은 같은 달 21일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더불어 일렉링크에 시그넷을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결의했다. 매각 대상은 거래가 종결되는 시점에 보유한 주식 중 보호예수 대상 물량을 제외한 전량이다.
업황 회복 대기보다 자본 효율성 극대화 선택
이번 결정의 핵심은 그룹 내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데 있다. SK는 공시를 통해 중장기 성장 전략과 사업 간 시너지, 자본 배분 우선순위 및 재무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기차 충전기 제조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제한적인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충전기 사업의 업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지원을 지속하기보다는, 투자금을 회수해 다른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위원회 또한 전기차 수요의 성장 둔화와 충전기 보조금 축소를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으로 지목했다. 시그넷 측의 판단에서도 기존과 같은 지원 구조의 변화가 드러난다. 종전과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주주의 자본과 경영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업 정상화에 필요한 자원과 책임을 새 주주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취지다. 매각에 앞서 2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우선주 유상증자도 추진될 계획이며, 이는 지분 매각을 위한 선행 조건이다. 일렉링크는 새로 취득할 우선주를 기존에 보유한 우선주와 함께 관리하게 된다.
지배구조 단순화로 신속한 구조조정 기반 마련
매각에 앞서 완전 자회사화와 상장 폐지를 먼저 진행하는 것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그넷은 비상장사로 전환될 경우 공시 의무나 주주총회 운영 등에 소요되는 상장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시장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이미 두 차례의 공개매수를 통해 시그넷 지분율을 약 74.9%에서 97.6%로 높여 놓은 상태다. 이번 주식 교환은 남은 주주들에게 앞선 공개매수와 동일한 가격을 지급함으로써 지분 확보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주식 교환에 투입되는 현금은 약 73억 원이며,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공개매수 대금을 모두 합산하면 총 826억 원이 투입된다. 회사 측은 이 과정에서 주주의 지분 희석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완전 자회사화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거래의 불확실성에도 대비하는 성격을 지닌다. 특별위원회는 매각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상장 폐지 이후에는 재매각이나 다른 형태의 구조조정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수 주주가 남아 있는 상장사보다 사업 재편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시그넷이 소멸하는 형태의 흡수합병 방식도 함께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