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나는 열매에서 피어난 시적 영감

길가에 흩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피하려 까치발로 걷던 기억이 있다. 마치 지뢰밭을 통과하는 듯한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식탁 위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는 은행도, 땅에 떨어지는 순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골칫덩이로 변한다. 이러한 악취 때문에 유럽에서도 암나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늦가을의 노란 은행잎은 말려서 책갈피로 쓰기에는 좋지만, 낙엽으로 쌓여 바닥에 밀착되면 청소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이처럼 번거로운 존재인 은행나무 잎에서 사랑과 철학적 가치를 포착한 인물이 바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다. 1814년, 당시 예순다섯 세였던 괴테는 자신보다 35세 연하인 마리안네 폰 빌레머와 인연을 맺었다. 시인이자 예술가였던 마리안네와 문학적 대화를 나누며 친밀해진 그는, 이듬해 두 갈래로 갈라진 형태의 은행잎 한 장을 건네며 자신의 마음을 시로 전했다. 그는 시를 통해 "이것은 스스로 둘로 나뉜 하나의 생명인가, 아니면 둘이 서로를 선택해 하나로 여겨지게 된 것인가? 내 노래에서 내가 하나이면서 동시에 둘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동서양의 만남과 문학적 동반자

괴테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연결된 은행잎의 형상을 빌려, 연정과 우정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묘사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배우자가 있었던 상태였으며, 1815년 가을에 관계가 정리된 이후 다시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들의 정서적 교감은 시로 영원히 남았다. 이 시가 포함된 괴테의 <서동시집>은 동양 문학의 영향력을 받은 작품이다. 음양의 조화를 떠올리게 하는 은행잎의 '하나이면서 둘'이라는 상징은 개인의 애정을 넘어 동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마리안네 또한 이 시집에 몇 편의 시를 기고하며 괴테와 문학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자연과학자의 시선과 식물학자들의 기억

문학가였던 괴테는 식물의 형태 변화를 탐구하던 자연과학자이기도 했다. 1790년 <식물변형론>을 출간한 그는 자연에 대한 관찰과 문학적 사유를 결코 분리하지 않았다. 그는 은행잎의 구조적 특징을 사랑과 인연이라는 시적 언어로 승화시켰다. 한편, 18세기 유럽에 도입된 은행나무는 독일 전역에 심겼으나 초기에는 주로 수나무 위주였고 식용 문화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십 년 전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당시의 일이다. 학위 취득을 기념해 대학 세미나실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는데, 아내가 준비한 음식 중 은행을 넣은 갈비찜이 큰 인기를 끌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식물학자라 은행나무에 대해서는 해박했으나, 정작 은행을 직접 먹어본 이는 없어 매우 신기해했다. 괴테가 은행잎의 형태에서 사랑을 읽어냈다면, 독일의 식물학자들은 갈비찜 속의 은행을 통해 자연의 색다른 의미를 경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