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인권위 권고 8건 불수용하며 대립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교육 법제화 및 학교 내 괴롭힘 대응 체계 구축 권고에 대해 교육부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인권위는 학생과 교사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교육부에 정책의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했다.
2일 인권위의 발표에 따르면,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과 관련한 권고 사항 중 교육부는 총 16개 항목 가운데 2개 항목만 수용했으며, 6개는 일부 수용하고 나머지 8개 항목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고 대상이었던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과 경기, 경남교육청은 모든 권고를 수용했으나, 나머지 14개 교육청은 일부만 수용하는 데 그쳤다.
법제화 및 구제 절차 명문화 두고 평행선
지난 2월 12일,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을 대상으로 3개 분야 21개 과제를 제시하며 관련 정책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교육부가 거부한 주요 내용에는 인권교육의 법제화, 교육청 산하의 대안적 분쟁해결 기구 마련, 학생의 권리와 구제 절차 명문화, 그리고 교사 인권 실태조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인권위는 교육부가 법령 개정이나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사실상의 불수용으로 판단했다.
교육부는 인권교육의 범위와 개념이 현행 법률에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교육 관련 법령에 명문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학생의 권리와 구제 절차를 명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 사항이 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인권위는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 보장 규정이 존재하긴 하나, 권리의 세부 내용이나 실행 기준 및 절차가 미비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인권교육과 학생의 권리, 구제 절차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괴롭힘 대응 체계와 분쟁 해결 기구의 필요성
학교 내 괴롭힘 대응 체계 구축에 대해서도 양측의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교육부는 교원지위법에 해당 내용을 규정할 경우 기존 제도와 중복되어 오히려 구제 방식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국·공립학교 교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교원지위법이 학생이나 보호자로부터의 교육활동 보호에만 치중하고 있어, 교사 간 발생하는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학교 내 갈등이나 인권 침해 사안이 지나치게 사법적인 절차로만 해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교육청 단위의 대안적 분쟁해결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분쟁 조정 방식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결과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관계 기관들이 이러한 권고 사항을 다시 검토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인권위법에 근거하여 해당 내용을 공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