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공포를 잠시 잊은 남부 도시의 활기
지난 27일(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올레시키 일대에서 국지적 휴전이 시행되면서, 수년간 긴장 상태였던 헤르손 도시에 이틀간의 평온이 찾아왔다.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이번 휴전은 인도주의적 구호 임무를 목적으로 하며, 주민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휴전 기간 중 러시아군이 병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휴전 종료 이후의 공격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인권 옴부즈만은 29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헤르손이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이 가을 햇살 아래서 산책을 즐기며 평화롭게 외출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전하며,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헤르손 주민들에게는 간절한 염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휴전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시 흐르기 시작한 거리의 삶과 주민들의 목소리
헤르손 거주민 올가는 BBC를 통해 휴전 발표 이후 도시가 매우 조용해졌다고 전하며, 수년간 한산했던 거리에 작은 교통 체증이 생길 정도로 활기가 돌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주민 디마 역시 포격이 멈춘 상황이 생소해 사람들이 믿기 어려워하고 있지만, 가게를 방문하고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걷는 등 도시가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서도 드론 방어용 그물이 설치된 거리를 산책하거나 광장에 모인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공유되고 있다. 한 주민은 평소처럼 무사히 슈퍼마켓을 다녀온 사실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쟁 중에도 주민들은 일상 활동 중에 항상 하늘을 살피며 드론의 접근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던 극도의 경계 상태에 놓여 있었다.
급격히 줄어든 인구와 전쟁이 남긴 상흔
전쟁 발발 이후 헤르손의 민간인 생활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었으나, 주민들은 사실상 전쟁터와 다름없는 환경에서 버텨왔다. 학교, 유치원, 병원, 극장 등 주요 시설들이 지하로 이전되었으며, 오후가 되면 도시 전체가 폐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헤르손의 인구는 개전 당시 25만 명 수준에서 현재 약 6만 5,000명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이번 휴전은 다른 지역에서 헤르손을 방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년 전 러시아군 드론 공격으로 남편을 잃은 안젤라 도브로볼스카는 수개월 만에 남편의 묘를 찾기 위해 키이우에서 헤르손으로 향했다. 그녀는 현재 많은 사람이 헤르손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중재 뒤에 숨은 긴장감과 다가오는 휴전 종료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의 중재로 마련된 이번 휴전은 러시아 점령지인 올레시키 주민들의 안전한 대피와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휴전은 다음 달 1일에 종료될 예정이며, 러시아군은 30일로 예정된 민간인 대피에 앞서 도로의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레시키는 드니프로강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소강상태를 틈타 진지를 강화하고 무기, 탄약, 드론 등 군수 물자를 추가로 반입하며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는 익명의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올레시키 인근 라덴스크에서도 러시아군의 병력 증강 정황이 목격되었다. 이에 대해 주민 디마와 올가는 휴전이 끝난 뒤 공격의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을 우려하며 다가올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