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와 '협상' 사이의 팽팽한 언어적 대립

쿠팡이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했다는 논란의 핵심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비용 분담을 요구받은 업체가 이를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2021년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양측은 사건의 본질을 두고 완전히 상반된 용어를 사용하며 격돌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쿠팡의 행위를 거래상 지위를 악용한 '강요'라고 규정했으나, 쿠팡은 이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협상'이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데일리가 당시 전원회의 속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쿠팡 측은 '협상'이라는 단어를 무려 28차례나 사용한 반면, 공정위 심사관은 '강요'라는 표현을 4차례 사용하는 데 그쳤다. 명사 1,000개당 사용 빈도로 환산하면 쿠팡의 '협상'은 5.4회, 공정위의 '강요'는 1.7회로 나타났다. 특히 공정위 심사관은 '협상'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고, 쿠팡 측 역시 '강요'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양측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음을 보여주었다.

공정위의 '불공정 행위' 지적과 쿠팡의 '정당한 거래' 방어

지난 2021년 8월 1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심사관은 쿠팡이 직매입을 통해 발생한 경쟁몰과의 가격 차이 손해를 스스로 감당하는 대신, 납품업체들에게 타 플랫폼의 판매가를 인상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판촉비용 분담과 관련해서는 유통업체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비용을 납품업체로 떠넘기는 행위는 법에서 금지하는 강요 행위에 해당하며, 결코 정당한 거래로 인정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대해 쿠팡 측 대리인은 납품업체와의 조건 변경이나 가격 조율이 일방적인 압력이 아닌 협의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속기록상 '협상'은 28회, '협의'는 9회 등장했다. 쿠팡 측은 상대방이 상식적이지 않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유통업자로서 적절한 경쟁 가격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항변했다. 즉, 공정위가 지위를 이용한 강제성에 집중했다면 쿠팡은 시장 경쟁을 위한 정당한 절차임을 부각한 것이다.

제조업체와 독과점, 프레임 전쟁으로 번진 공방

거래 상대를 부르는 명칭에서도 전략적 차이가 관찰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상대방을 '납품업자'라고 46차례 언급하며 공급자의 입장을 대변했으나, 쿠팡 측은 '제조업체'라는 표현을 26차례 사용하여 '납품업자'(20회)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특히 쿠팡은 상대방을 '독과점(20회)' 업체로 규정하며, 기존 독과점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유통 모델의 등장을 막기 위해 '신유통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역공을 펼쳤다.

비용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랐다. 공정위가 납품업체의 '부담'을 강조한 것과 달리, 쿠팡은 '손실'(26회)과 '적자'(20회)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아울러 '혁신'(13회)과 '스타트업'(6회)이라는 용어를 통해 자사의 사업 모델이 기존 유통사와 차별화된 정당한 모델임을 주장했다. 광고 및 판촉 참여의 자발성 논란에서도 쿠팡은 파트너사의 자율적 참여를 강조했으나, 공정위는 이를 납품업체의 자발적 요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후 이의신청에서도 그 결론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