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감소 아닌 '변화'…새로운 수익 모델의 탄생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기존의 직업군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닌 산업 구조의 '변화'로 정의했다. GK인사이츠 미래자문단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술이 인간이 기피하는 영역을 메우는 동시에, 이전에 없던 고수익 직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준 뤼튼 AX 대표는 가상 세계의 규칙과 인물을 설계하는 크리에이터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들 중에는 월 3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직업군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가 재편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선적으로 투입될 곳은 인력난을 겪는 제조 현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따른 직군 보호와 전환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역시 자율주행 기술이 운전기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 사각지대나 심야 시간대의 수요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센서 관리나 정비, 충전 등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기존 운수업체와의 상생 방안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엔지니어나 경영자조차 AI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언급하며, 기술 발전을 늦추기보다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술 속도 못 따라가는 규제와 산업 생태계 구축 과제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는 규제 장벽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엄윤설 대표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려 했으나, 협동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 전용 안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실증이 무산된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를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지형 대표 또한 자율주행 관련 법 개정에 수년이 소요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기술 발전 속도와 괴리된 낡은 법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녹원 대표는 기업의 어려움을 즉각 해결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박민준 대표는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 등 유연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단순 연구개발(R&D) 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엄윤설 대표는 향후 3년이 핵심 시기임을 강조하며, 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로봇에 인증을 부여하고 도입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제안했다. 한지형 대표는 전기차 사례처럼 자율주행차에 대한 초기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과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보험 제도의 마련이 기술 개발의 불안감을 해소할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박민준 대표는 AI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 중소기업이 원청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인해 혁신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중소기업의 AX(AI 전환) 유인을 높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녹원 대표는 미국과 중국처럼 공장을 데이터 축적의 장으로 활용하는 '피지컬 AI' 투자를 통해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 유연한 사고와 자신만의 자산

AI 시대를 맞이할 청년들에게는 특정 기술에 매몰되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전해졌다. 엄윤설 대표는 문제 해결 방식과 삶의 방향 모두에서 사고의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지형 대표는 당장의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급격한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진로를 수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녹원 대표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제2의 전공처럼 익혀 모든 지식 활용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준 대표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에 매몰되지 말고, 인간관계나 고유한 관심사처럼 자신만의 차별화된 자산을 쌓는 '자기 투자'의 관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며, AI 활용 능력을 갖춘 채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미래의 핵심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