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9000억 달러 돌파, 1조 달러 고지 눈앞

지난달 수출액이 115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누적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 벽을 넘어섰다. 현재 누적액은 9300억 달러 수준으로, 1조 달러 달성까지는 이제 700억 달러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52억 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1조 달러 고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기록은 미국, 중국, 독일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성하는 성과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자신의 SNS(X)를 통해 100억 달러 수출을 축하하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번 성과에 대한 깊은 감격의 뜻을 전했다.

반도체 독주가 이끈 수출 호황과 성장률 반등

이번 수출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였다. 지난달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7% 증가했으나, 반도체 부문은 무려 259.4%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만 564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가 수출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의 전체 수출액인 595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수요의 급증과 더불어 D램 및 낸드플래시의 고정가격 상승이 이러한 기록적 수치를 뒷받침했다. 이러한 수출 호조는 경제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3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전기 대비 1.0%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전망치(0.3%)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KDI를 비롯한 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중후반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IMF 또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위축되었던 잠재성장률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고물가·고금리에 짓눌린 내수와 고용 위기

하지만 화려한 수출 지표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3분기 소매판매는 전 분기보다 1.0% 감소하며 지난 2분기(-1.8%)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동 지역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국내 물가 불안을 상시화하고 있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는 2.9%를 기록해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가계 부채가 상반기에 이미 2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이번 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고물가와 금융 비용 상승은 결국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수출 구조 다각화와 고용 시장 개선을 위한 과제

수출 호황의 온기가 실물 경제로 퍼지기 위해서는 면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반도체 경기는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투자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규제 개혁을 통해 반도체 외의 새로운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용 측면에서도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9월 기준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0%로 29개월째 하락세다. 내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며, AI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및 직업훈련 체계의 재편도 절실하다. 반도체가 만든 성과가 산업 전반과 가계로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