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 위치한 자연체험공간 ‘에트하우스’에서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가 개최되었다. 농촌 청년 모임인 ‘농게더링’이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농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다양한 직업군으로 살아가는 이들과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농업의 틀을 넘어 청년들이 농촌에서 구축해 나가는 ‘농라이프’의 실체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발표와 분과 토론을 이어갔다.
농사부터 관광까지, 다채로운 농촌의 삶
농촌에 거주한다고 해서 모두가 경작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전남 고흥의 유자밭에서 시작해 강원 평창의 옛 탄광촌, 충남 홍성의 원도심, 경남 함양의 부엌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삶은 관광, 창업, 돌봄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유기농 유자 브랜드 ‘순수유자’를 운영하는 채수인(36)씨는 15년간의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3년 전 고향인 고흥으로 돌아왔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난을 계기로 아버지의 유자 농사를 잇기로 결심한 그는, 거대한 조직의 부품으로 살던 서울 시절과 달리 직접 수확한 결실에서 깊은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인한 꽃눈 동결로 유자 수확량이 절반으로 급감하는 등 기후 위기가 농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유기농 농가로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고충도 크다. 채씨는 외딴집 생활의 불편함과 높은 인프라 비용을 언급하며, 경제적 자립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향에서 누리는 휴식의 자유 때문에 고흥을 떠나지 않는다.
강원 평창 미탄면의 ‘와우미탄’ 협동조합을 이끄는 최영석(43)씨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2009년 도피하듯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숙박시설 운영과 플라이 낚시, 박쥐 탐사 등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았던 미탄면에서 청년들이 모여 만든 관광 콘텐츠는 2022년 ‘한국 관광의 별’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펜션 운영이 낭만이 아닌 ‘잡부’의 삶과 같다고 경고하며, 지역 어르신들과의 관계 형성을 생존의 핵심으로 꼽았다. 또한, 현실과 괴리가 있는 군 단위 정책 대신 면 단위의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창업과 정착, 지속 가능한 농촌을 향한 도전
충남 홍성에서 농축산물 밀키트 기업 ‘초록코끼리’를 운영하는 김만이(37)씨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서울의 전세금을 빼 홍성에 정착하며 청년 창업 공동체 ‘집단지성’을 결성했다. 서울보다 높은 행복지수를 느끼지만, 도시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심리적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수익 구조를 확립한 뒤에야 비로소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농부의 시간을 존중하며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진심’을 성공 비결로 꼽았으며, 지역 자원을 활용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의 도입을 제안했다.
경남 함양에서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를 운영해 온 박세원(31)씨는 지역 정착을 돕는 ‘숲속언니들’의 대표다. 동생의 치료를 위해 함양으로 이주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지역 내 웹 개발사에서 근무하며 연결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후 여성 귀촌인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공모에 선정되는 등 성과를 냈다. 박씨는 어머니의 사업을 돕는 것을 ‘비빌 언덕’ 삼아 성장했으며, 이제는 자신이 다른 청년들의 버팀목이 되고자 한다. 그는 농촌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무작정 땅을 사기보다 스스로의 목적을 명확히 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