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경로를 설계하는 청년들의 '농라이프'

“과거 청년들의 삶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달리는 기차와 같았다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자동차를 몰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어디로 향할지, 어떤 길을 택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죠.”

지난 10월 22일 충북 괴산에서 개최된 제2회 농포럼에서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려는 청년들에게 농촌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촌 청년 공동체인 '농게더링'을 이끄는 이지현 뭐하농 대표는 표고버섯 재배와 카페 운영, 제품 개발 및 농촌 현장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귀농인이나 농업인이라는 틀로는 자신의 다채로운 활동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고, 그 대안으로 '농라이프'라는 용어를 정립했다. 이는 농업 활동을 넘어선 농촌에서의 복합적인 삶을 의미한다.

'프로젝트 난민'으로 전락한 청년들의 현실

이순미 연구위원은 지난 3월 학술지 '농촌사회'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러한 청년들의 생활 양식을 '덕질'이라는 개념에 빗대어 설명한 바 있다. 과거의 귀농이나 귀촌이 주로 생계를 위한 이주나 은퇴 후의 전원생활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0년대 이후 등장한 청년들은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근거로 농촌을 선택한다. 이들의 이동은 단순한 주거지 변경이 아니라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덕질'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특정 분야에 몰입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직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실천적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원하는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삶이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소득의 불안정성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사업을 전전하며 버티는 청년들의 상황을 '프로젝트 난민'이라 명명했다. 청년들은 각자의 가치를 실현하려 애쓰지만, 행정 시스템은 여전히 인구 유입이나 단기적 성과라는 잣대로 이들을 평가한다. 창업이나 정착이라는 정책적 목표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다 보면, 본래 추구하던 삶의 방식이 왜곡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험을 위한 공간과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

이번 포럼에서는 배정한 서울대 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와 이지현 대표가 참여한 '농라이프 1차 보고서' 소개가 이어졌다. 발표 후 진행된 분과 토론에서는 삶, 공간, 커뮤니티, 경제라는 네 가지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특히 참가자들은 당장 수익으로 증명되지 않는 실험과 관계 형성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