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추월 가능성에 따른 기업결합 신고

호반그룹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지분율을 넘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호반그룹은 장내에서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한 뒤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건으로 신고했다. 만약 호반그룹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의 합산 지분을 추월했다면 경영권의 주체가 바뀌는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다만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을 모두 고려하면 당장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산업은행이 보유한 10%대의 지분이 향후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마쳤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거나, 이미 15% 이상을 가진 상태에서 추가 매입을 통해 최다출자자가 될 경우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호반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넘어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신고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은 이미 2022년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 확보했을 당시에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 심사와 지분율 변동의 배경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는 호반그룹의 지분 추가 취득이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기본 30일이 소요되나, 필요에 따라 90일까지 연장될 수 있으며 자료 보완 기간은 별도로 산정된다.

지난 7월 호반건설의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호반건설과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한진칼 합산 지분율은 20.15%였다. 이는 당시 확인된 조 회장 측 지분율 20.57%보다 0.42%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호반그룹이 이후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최대주주 지위가 역전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호반그룹의 정확한 추가 매입 규모나 현재 시점의 지분율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미확정)’ 공시를 통해, 향후 최대주주 관련 구체적 사항이 확인되거나 1개월 이내에 다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

호반그룹이 2022년 3월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지분을 인수하며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장한 이후, 그룹은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호반건설은 2022년 말 보유 지분 5.0%를 팬오션에 매각했으나, 이듬해 계열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팬오션의 지분 5.85%를 다시 인수했다. 이후에도 계열사들의 장내 매수가 이어졌다. 호반그룹은 그간 주식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라고 설명해 왔으며, 이번에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경영권 확보를 노린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설령 호반그룹이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즉각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의 강력한 우군인 미국 델타항공이 14.9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조 회장 측을 도운 산업은행의 지분 10.58%를 더하면 우호 지분은 46.05%에 달한다. 여기에 LX판토스와 GS리테일 등도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다.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우호 지분 합산 시 과반이 넘으므로 경영권 안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관건은 산업은행의 행보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 원을 투입하며 주요 주주가 되었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완료되고 내년 3월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까지 마무리되면, 산업은행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호반그룹의 경영권 확보 의지 공식화 여부와 조 회장 측 우호 주주들의 지지 유지, 그리고 산업은행의 지분 처분 시점이 향후 경영권 구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