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달러 가치 겨냥한 AI 거물 앤트로픽의 상장 행보

'클로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생성형 AI 선도 기업 앤트로픽이 최대 2조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목표로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다. 비상장 단계에서 막대한 몸집을 불려온 대표적인 AI 기업이 이제 공개 시장에 등장해 투자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업공개(IPO)가 향후 생성형 AI 산업의 실질적인 가치와 투자 열기를 가늠할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전언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S-1)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았다. 상장 예정지는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이며, 종목 코드는 'ANT'를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공모가 범위나 발행될 주식 수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이번 IPO의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7인 공동창업자의 지배구조와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

현지 언론들은 내달 중 상장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예상되는 기업가치를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사이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은 독특한 경영 구조로 눈길을 끈다. 일론 머스크 1인에게 의사결정이 집중되는 스페이스X와는 대조적으로, 7명의 공동창업자가 경영권을 분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2021년 오픈AI를 떠나 설립된 이 기업은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을 포함해 톰 브라운, 잭 클라크, 재러드 카플란, 샘 맥캔들리시, 크리스 올라 등 7인이 공동 창립했다. 이들 창업 그룹의 합산 지분율은 50.1%에 달한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의 안전성과 장기적 개발 기조를 지키는 데 유리할 수 있으나,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실적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매출 성장 속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앤트로픽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63억 달러(약 21조 645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했던 12억 달러와 비교해 약 1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기업용 AI 솔루션과 코딩 관련 도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성장세만큼 투자 비용도 상당하다.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4800만 달러(약 107조 20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기존 자금 조달 시 발행한 전환사채(CB)와 파생상품의 가치 변동에 따른 약 724억 달러 규모의 비현금성 장부상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16억 1800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국내 투자자의 한계와 현실적인 투자 경로

앤트로픽은 고도화된 AI 시스템이 오용되거나 무기화될 경우 인류에게 재앙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지속하며 기술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IPO는 금리 변동성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속에 일부 인프라 기업들이 상장을 늦추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만큼, 실제 시장 수요를 확인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공모주 확보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이 SEC에 제출한 신고서상 인수단(신디케이트)에는 골드만삭스 등 22개 금융사가 포함됐으나, 국내 증권사는 단 한 곳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5월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물량 배정에 실패했던 사례와 AI 기업의 고평가 논란이 맞물리며 국내 증권사들이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국내 증권사의 관련 신고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직접 청약 대신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거나, 비상장 지분을 가진 상장사를 통한 간접 투자, 혹은 상장 직후 장내에서 직접 매수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