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불광미디어 주최의 ‘제57회 붓다빅퀘스천’ 강연 및 북토크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1교시 강연자로 나선 이는 조현 작가로, 그는 지난 24년 동안 종교 전문 기자로서 전국 각지의 암자와 토굴, 산사를 누비며 수행자들의 생애를 기록해온 인물이다. 조 작가는 이번에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저서 ‘은둔’에 등장하는 41명의 수행자 사례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이들의 차이점’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통을 수행의 동력으로 바꾼 기록
저서 ‘은둔’은 한국 근현대사의 이면에서 이름을 알리기보다 자신의 삶을 바쳐 수행에 정진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담은 기록물이다. 2007년 첫 출간 당시 선방에서 필독서로 꼽히며 “이 책이 없는 선방은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책은, 이번 개정판을 통해 기존 30명에서 11명의 인물을 추가해 총 41명의 삶을 조명한다. 책 속에는 가난과 전쟁, 죽음과 같은 극심한 고통을 수행의 힘으로 승화시켜 끝내 자유를 쟁취한 이들의 서사가 담겨 있다.
조 작가는 강연 도중 청중을 향해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거나 상황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을 자유라고 정의하곤 한다. 그러나 조 작가는 본인의 10대 시절 가출과 학업 중단 경험을 예로 들며, 마음대로 사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제멋대로 사는 것이 곧 해탈이라면 자신은 이미 십 대 때 해탈했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회고를 전했다.
조건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태도
‘은둔’에 등장하는 수행자들은 이러한 일반적인 통념을 실제 삶을 통해 뒤집는다. 일제의 탄압과 고문을 견뎌야 했던 서대문형무소를 나서며 “지옥 속에서도 극락을 경험했다”고 말한 만해, 암 선고를 받은 뒤에도 지리산 상무주암을 떠나지 않고 수행을 지속한 현기, 그리고 생존 기간이 두 달뿐이라는 선고를 받고 오히려 환희를 느꼈던 연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자유란 안락한 환경이 마련된 뒤에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었다.
조 작가는 대자유란 무언가를 성취해서 얻는 결과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개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을 구속하는 것은 외부 환경보다 그 상황을 대하는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고통이 없는 삶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와 질병,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그 고통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아낸 이들의 기록을 보여준다. 결국 자유란 조건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조건에 노예가 되지 않고 삶의 주권을 지키는 태도에 가깝다. 강연 종료 후 조 작가의 사인회에는 독자들의 긴 줄이 이어지며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