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위축시키는 압수수색, 환자 안전 위협한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협의회는 30일 서울 용산구 소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응급실이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진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성역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진료 과정에서 명백한 과실이 드러나 수사가 필요하다면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진료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수사 인력이 직접 투입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진의 심리적 위축은 물론, 응급실을 찾는 다른 환자들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경찰은 환아 사망 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의료계는 진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압수수색이 환자 보호를 위협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진 사직 사태로 번진 경찰 수사 논란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에게 압수수색 방식에 대한 사과와 유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함 단장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고 답했으나, 의료계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에 근무하는 교수 7명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회와 협의회는 사망한 아동을 치료한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진료 구역에 급습하는 방식이 현장 의료진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의료진이 최선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되어,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중증 소아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산 기록과 CCTV, 그리고 수정 이력이 남는 의무기록 시스템을 활용하면 진료 공간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필수의료 보호 위한 세 가지 수사 원칙 제안

학회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한 수사 가이드라인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집행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협의를 거치고 법원의 영장 심사 단계에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임의제출이나 자발적 협조를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음에도 무분별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행태에 대한 통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응급실 내 환자 사망 이후 보호자의 신고나 경위 확인 요청이 있을 때마다 진료실을 범죄 현장처럼 취급하며 조사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진의 이탈을 막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인 가이드라인 초안을 오는 11월 말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국민과 언론의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