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실적 쇼크와 AI 거품론의 파장

11월 첫 거래일이 다가오면서 국내 증시의 핵심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분야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기술주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외적 악재는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을 향한 하방 압력을 극도로 높이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8.85% 급락했고, 삼성전자는 4.96%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양사 모두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 하루 만에 1조 원이 넘는 물량을 매도하며 반도체 대장주들을 집중적으로 처분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 지수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4.7% 이상 밀려나며, 앞서 달성했던 6000선 회복분을 모두 반납했다.

투자 지속성 의구심과 인텔의 급락 사태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AI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2분기 연속으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하고 검색 매출이 둔화되면서 주가가 12.6% 폭락했다. 인텔 또한 4분기 실적 전망이 부진하게 나타나며 28.58% 급락했다. 인텔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 원가 부담과 생산 공정의 차질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인텔이 새로운 자금 조달(펀딩) 유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더해지며 AI 거품론은 더욱 거세졌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실제 수익화 시점이 계속 늦어지는 가운데, 외부 자금 수혈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반도체 밸류체인 전이와 향후 전망

문제는 이러한 '수익성 저하'와 '자금 조달 문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투자 재원이 압박받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고용량 D램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전방 산업인 빅테크들이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누려온 낙수효과와 내년도 실적 성장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주 시장의 향방은 2일 애플의 행보와 3일 인프라 투자 의지, 그리고 실제 가속기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슈퍼 위크'의 분수령에 달려 있다. 아울러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통상 정책의 변화 가능성과 국내외 물가 및 고용 지표 등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수급 충격에 유의하되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를 둘러싼 우려로 변동성은 커지겠지만, 반도체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투자 붐 이전의 평균치까지 내려온 상태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치가 과거 평균의 4배를 상회하는 만큼 내년도 이익 성장 규모는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외국인 수급을 압박할 수 있으므로,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되는지 확인하며 대응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