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I 도약과 정부의 컨트롤타워 구축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청와대에서 하정우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이번에 출범한 국가AI전략위원회는 정부의 최상위 AI 컨트롤타워로서, 범부처 차원의 AI 전략과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중장기적인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각 부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AI 3대 강국 도약'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AI를 경제 및 산업 정책의 중추적 과제로 삼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AI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한편, GPU 확보와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그리고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병행하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 속에 AI는 이미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지난 9월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챗GPT 유료 구독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AI 확산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6월 기준 한국의 15~64세 인구 중 생성형 AI 사용자 비중은 40.6%로 집계되어 전 세계 12위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AI에 대해 높은 기대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AI 기술의 최강국인 미국에서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AI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내 AI 반감과 사회적 위험의 확산

한때 순수한 '혁신 기술'로만 인식되었던 AI는 최근 미국 지역사회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점차 반감과 불안을 사는 대상이 되었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피해 사례로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증설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는 약 3,000곳에 이르며, 향후 수년 내에 그 규모가 두 배 이상 확장될 전망이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150개가 넘는 중간선거 관련 TV 및 온라인 캠페인 광고에서는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지역 전력망의 과부하, 주민들의 전기료 상승, 그리고 수자원 고갈 문제를 빅테크 기업을 공격하는 핵심적인 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AI 기술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성도 미국 유권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챗봇이 제공하는 위험한 의료 조언이나 자살을 유도하는 사례, 청소년 대상의 유해성 논란 등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앤트로픽이나 오픈AI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 일자리 상실에 대한 공포, 그리고 심화되는 빈부격차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AI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강력한 규제 움직임과 입법 가속화

빅테크 기업과 AI를 향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에이전트 보안 사고 및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기업 경영진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고강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AI 산업에 비교적 우호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을 포함해 8개 이상의 주정부 법무장관이 챗GPT가 미성년자에게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각 주 법원에 동시다발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챗GPT가 미성년 이용자에게 과도하게 친근한 태도를 보여 감정적 의존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자해나 폭력적 행위를 부추기는 유해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연방 의회 역시 선거 이후 청문회를 열어 AI 및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의회는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AI 생성 딥페이크 확산 책임과 저작권 문제, 독과점 및 반독과점 규제, 그리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 AI 안전성 기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방 의회와 주정부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강력한 과세 및 규제 입법 논의도 활발하다. 특히 전력 100메가와트 이상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발전소나 송전망을 확충할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기업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연방 하원에서 417대 3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는 등 초당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규제 산업으로의 전환과 한국의 대응 과제

미국 내 AI 산업은 이제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제재 없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향후 각종 규제 준수 비용과 비용 증가 부담으로 인해 AI 산업의 성장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 현상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에서 AI는 더 이상 '혁신 산업'이 아닌 '규제 산업'으로 그 성격이 변모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표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자국 연방 및 주정부 차원의 안전성 조사를 강화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규제 준수 기준 또한 대폭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재명정부의 AI 정책은 설계 단계를 지나 성과 창출이라는 전환점에 서 있다. 따라서 미국 AI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