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저수지에서 원앙이 찾아오는 생태계로
전북 익산시 함라면에 위치한 장점저수지 위로 수많은 새가 내려앉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와 기름으로 인해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던 죽음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의 물빛은 다시 맑게 정화되었으며,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 60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될 만큼 생태계가 회복된 상태다.
과거 악취와 독성 연기를 내뿜던 비료공장과 인근 농경지 일대는 이제 깨끗한 생태습지로 탈바꿈했다. 환경오염의 비극 속에서 주민 99명 중 14명이 목숨을 잃었던 장점마을은 점차 본래의 자연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다만 자연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주민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까지 치유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태계가 복구되는 긴 시간 동안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오염과 주민들의 희생
장점마을의 비극은 2001년 금강농산 비료공장이 들어서며 시작되었다. 당시 공장은 퇴비의 원료인 연초박을 불법으로 가열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지속적으로 배출했다. 이로 인해 저수지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주민들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지만, 관련 부처의 수질검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결국 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그중 14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 언론을 통해 실태가 폭로되며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이후, 환경부는 2년간의 역학조사를 거쳐 2019년 11월 해당 질환과 환경오염 사이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익산시와 전북도는 공장 부지를 매입하여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수리부엉이, 삵, 수달 등 야생동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생태연구가 유칠선 박사는 과거 물고기 폐사가 일어났던 곳에 원앙 무리가 찾아온 것은 서식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생태 교육과 심리 치료를 향한 과제
현재 마을에는 자생식물 중심의 식생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식물이 자라나면 곤충의 먹이가 되고, 이는 다시 야생동물의 생존으로 이어지는 생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유 박사는 야생동물의 출현만으로 생태계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지속적인 관리와 관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익산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1,500만 원을 투입해 희망연대 및 더배움협동조합과 함께 12월까지 생태환경교육을 시범 운영한다. 채경숙 장점마을 이장은 아이들이 환경오염의 경각심을 배우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은 여전히 회복의 과정에 있다. 토양 정화와 습지 조성만으로는 주민들이 겪은 상실감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채 이장은 단순한 약품 지원을 넘어 정신적 고통을 치유할 심리치료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유 박사 역시 피해 주민의 아픔을 돌보는 과정이 빠진다면 진정한 복원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남희 익산시 환경정책과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고통받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는 행정적 노력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