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생존권 건 소송에 응답한 시민들
기후위기로 인해 생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농민들이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기후소송’에 대해 시민들의 지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에 전달된 시민들의 응원 편지는 이번 소송이 단순히 농업 분야의 손실 보상을 넘어, 기후 재난을 마주한 모든 시민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재판부로 전달된 시민들의 편지는 총 380건에 달한다. 연령대별 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10대가 145건으로 가장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20대 54건, 30대 47건, 60대 이상 39건이 뒤를 이었다.
거대 기업의 탄소 배출 책임 묻는 농민들
이번 법적 분쟁은 지난해 8월, 기후변화의 여파로 생계가 막막해진 농민 6명이 한국전력 및 5곳의 발전공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시작되었다. 이들은 폭우와 가뭄, 극심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입은 농작물 피해에 대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과 발전 5개사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에 신고한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5억 6000만t 규모로,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배출량인 94억t의 27%에 육박하는 수치다. 소송을 제기한 농민들은 1인당 500만 2035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청구액은 재산상의 손해액 500만 원과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위자료 2035원을 합산한 것이다.
“불공평한 위기를 공평하게” 간절한 호소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편지를 통해 농민들과 연대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상기후를 몸소 체감하는 10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중학생은 편지에서 지면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살 수 있는 날은 많지만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은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의 아이들이 평온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함을 전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인 50대 시민은 태양광 설비 이용과 전기차 전환, 저탄소 농법 실천 등 개인적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밝히며, 이제는 국가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줄 차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은 기후 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보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더 큰 고통을 겪는 불공평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번 재판이 이러한 불평등을 바로잡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기후 책임에 대한 연대는 국제적인 흐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에너지 기업 RWE를 상대로 10년 넘게 소송을 이어온 페루 안데스산맥의 농부 사울 루치아노 리우야는 한국 농민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한국의 농민들이 보여준 용기 있는 행보를 언급하며, 그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을 전했다.